2월 5일 성녀 아가다 동정 순교자 기념일/우리의 참된 주인 - 정영한 신부님

2007. 2. 5. 오전 8:56:08

글자

2월 5일   성녀 아가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복  음 : 창세 1, 1-19, 마르 6, 53-56
 
  방금 들으신 성서 말씀은 구약성서 가운데 첫 번째로 나오는 '창세기'의 시작부분으로서 그리스도교인들은 물론이고, 비그리스도교인들도 많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 말씀은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해주는 자연과학이 아닙니다. 성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체험한 하느님과의 관계를 표현한 '신앙고백서'입니다. 곧 사람들에게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 하느님과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스라엘 백성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상황 안에서 다양한 문학 형식으로 표현된 것이 성서인 것입니다. 오늘 말씀이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은 '하느님께서 세상의 창조주이시다'라는 신앙고백입니다. 세상의 창조과정에 대한 묘사 자체는 신앙고백의 내용이 아닙니다. 이것은 단지 이 말씀이 씌어졌던 당대의 우주관을 반영하는 것뿐입니다. 따라서 이 말씀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말씀이 쓰여졌던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창세 1, 1-2, 4ㄱ이 씌어진 시기는 기원전 587-538년 사이로서 분열되었던 이스라엘 왕국 가운데 유다라고 하는 남왕국이 바빌론제국에게 멸망하여 나라를 잃고 유배생활을 하던 때였습니다. 이 시기에 이스라엘 백성은 자기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나라가 멸망하게 된 이유를 찾게 됩니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들의 하느님이신 주님(또는 야훼)을 충실히 섬기지 않고 그분의 뜻대로 올바른 생활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주님만을 섬기겠다고 계약을 맺어 놓고도 그분을 버리고 바알과 같은 이방신들을 섬긴 우상숭배, 모든 백성이 당신께서 내리시는 복을 누리며 평등하게 살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과는 반대로 불의와 비윤리적 생활의 연속이었던 그들의 역사가 재앙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는 인식과 반성의 산물이 이 성서 말씀입니다. 그래서 빛, 공간, 땅, 바다, 식물 등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조건들도 하느님께서 만드셨으며, 바빌론 사람들이 신으로 섬기던 천체들 역시 실제로는 하느님의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은 자기들의 참된 주인은 주 하느님뿐이시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고, 나라가 재건될 수 있는 길은 이 하느님만을 충실히 섬기는 것밖에 없다는 신앙고백을 '창조설화'의 형식을 빌어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우리의 참된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을 생각해 봅시다. 그리스도인들은 서슴없이 하느님이시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비신앙인들은 아마 자신이 어느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 자유인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이론적인 답변보다는 실존적인 답변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나의 생각과, 행동, 나의 삶을 지배하는 모든 것이 나의 주인입니다. 그것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이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권력욕이나 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과 그분의 뜻에 대한 충성 외에 다른 어떠한 것들이 나의 삶을 이끌어간다면, 그것들이 나의 삶의 중심이 된다면 그것이 곧 나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은 어느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 자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실제로는 연약한 인간의 근원과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교만을 자신의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참된 행복을 얻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이것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참된 주인을 섬겨야 합니다. 이기심, 권력과 돈에 대한 욕심,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거짓과 불의에 야합하는 비굴함이 우리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느님만을 참된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할 줄 알고, 권력과 돈을 탐하기보다는 봉사할 줄 압니다. 거짓과 불의에는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도 과감히 맞설 줄 압니다.


  우리의 참된 주인은 과연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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