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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5주일(이사 6,1-2.3-8/ 1코린 15,1-11/ 루카 5,1-11)
오늘은 겐네사렛(갈릴레아) 호수로 가서 그곳 아름다운 풍경을 스케치 한 번 해봅시다. 가장 먼저 시야에 무엇이 들어옵니까? 여러분들은 무엇을 그려보고 싶습니까? 호수를 가로지르는 배를 그리겠습니까, 아니면 철썩이는 물결을 한 가득 그리겠습니까? 푸른 호수와 고깃배 두 척이 혹시 시야에 들어오지는 않습니까? 그 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면 바로 그 배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한 번 그려보면 어떻겠습니까?
장면 설정을 이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호숫가에 이끼가 잔뜩 낀 허름한 배가 두 척 있고, 그 옆에 네 명의 어부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그물에 고기가 한 마리도 없는 것으로 보아 밤새 허탕을 쳤나 봅니다. 지금 랍비 한 분이 다가와 시몬이라는 어부의 배를 좀 이용하시자 하십니다. 그분이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달라 하시자 시몬은 피곤한 기색을 조금도 하지 않고 그의 말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 랍비는 배에서 군중을 향해 무엇인가를 외치면서 가르치십니다. 이윽고 말씀을 마치시고 랍비는 시몬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시몬은 밤새 허탕을 쳤다는 얘기와 더불어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치겠습니다.”하고 대답합니다. 그랬더니 엄청난 고기가 잡혔습니다. 고기는 두 척의 배에 가득 담겼습니다.
겐네사렛 호수에서 일어난 이 광경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루카복음은 예수님과 첫 제자들이 운명처럼 만나는 장면을 이렇게 아름답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허탕을 쳤다, 그물을 던져라 하였다. 그물을 쳤다. 엄청난 고기가 잡혔다.” 라고 보고하는 그런 사실들보다, 주님이신 예수님의 말씀이 검게 그을린 어부들의 마음을 뜨겁게 사로잡고 있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다시 한 번 그 옛날 겐네사렛 호수에서 있었던 예수님과 제자들이 하나로 뒤엉키는 운명의 첫 만남의 그 아름다운 광경을 상상해보십시오.
수많은 폭우와 천둥번개 속에서도 고기를 잡았던 어부 시몬이었지만, 그날만큼 온몸이 두려움으로 가득 찬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말 한 마디에 엄청난 고기를 잡게 된 그분의 위력 앞에 그는 너무나 큰 두려움을 느껴 땅에 부복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비린내 나는 배 안에 주님을 모신 것이 천부당만부당 하였듯이, 죄 많은 자신이 주님을 모셨다는 사실이 너무나 두려웠던 것입니다. 주님을 만난 시몬 베드로가 어찌 그 순간 제 정신이었겠습니까?
주님의 은총이 찾은 것은 누추한 배였고, 죄 많다고 고백하는 한 촌 어부였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이제 운명은 바뀝니다. 어부에서 사람 낚는 사람으로 바뀝니다. 단순한 직업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바로 운명이 바뀌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젠 고기 낚는 어부들을 예수님 바로 자신의 운명인 사람 낚는 어부로 운명을 바꾸어버립니다. 팔자 고친다는 말을 흔히 사용합니다. 팔자 고치는 것은 운명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 조건이 그저 나아질 뿐입니다.
운명이 바뀌는 것은 자연인에서 주님의 사람으로 완전히 바뀌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자연인으로서 누리던 모든 것을 다 포기해야 합니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운명이 바뀌는 순간에 대부분의 예언자들은 망설였습니다. 모세도 망설였고, 예레미야나 에제키엘도 망설이고 주저하였습니다. 자신들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에 어찌 고뇌하는 망설임이 없고, 요나 예언자처럼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겐네사렛 어부들은 망설인 흔적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라는 말씀은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는 주님의 말씀에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창세 12,4)는 아브라함의 믿음이 겐네사렛 호수에 메아리치는 듯합니다. 어부들이 얼마나 강렬한 주님 체험을 하였기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의 운명을 자신들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겠습니까?
오늘 첫 제자들의 부르심에 관한 복음을 묵상하면서 우리의 제자 된 모습을 성찰해보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주님의 말씀이 뜨겁게 느껴지면 참 좋겠습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린 주님을 체험할 수가 있습니다. 주님을 깊이 체험하어야 주님을 따라 나설 수가 있습니다. 신앙은 참으로 운명을 바꾸는 것입니다. 운명을 바꾸는 것은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라고 한 사도의 말씀처럼 그렇게 그리스도의 사람이 완전히 되는 것입니다. 한데 솔직히 우린 자연인으로 누리는 것들에 너무 많은 미련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사도들처럼 운명을 완전히 바꾸지 못하면, 적어도 바꾸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지금 우리를 부르십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온 마음과 온 몸으로 응답합시다. |
연중 제5주일/아름다운 풍경 - 하성호 신부님
2007. 2. 4. 오후 4: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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