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서원식 강론 - 이회진 신부님 /2007.02.05

2007. 2. 5. 오전 8:57:13

글자
복음을 살아가는 의미의 공명
종신서원식 강론 2007.02.02

오늘 저희 글라렛 선교 수도회의 형제들을 위한 종신서원식과 첫서원식을 주례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무척 영광스럽고 수도회와 형제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수도자들에게 있어 서원식과 같은 전례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하느님께 봉헌된 삶의 의미를 확인하고,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복음적 삶의 의미의 질서와 은총의 선물을 자신과 공동체의 삶 안에서 재생산하는 전례 행위입니다. 이러한 전례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함께 살아가는 보람과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하면서 서로 결속을 다지게 됩니다.

또한 오늘과 같은 서원식의 전례를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복음적 삶과 생활 방식을 공유하며 서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이때 우리가 나누게 되는 것은 서원하는 사람들이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이고, 또한 격려의 인사이며,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한다는 희망의 인사입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의 축하는 서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용기를 복돋아 주는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하느님을 향한 삶의 봉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돌아보게 하는 은총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다른 수도자들의 종신서원식 혹은 사제서품식에는 기회가 닿는 대로 참석하곤 합니다. 서원식이 거행되는 동안 제 자신이 지난날 하느님 앞에 발했던 서원의 약속과 하느님의 도우심을 기억하며 새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서원식은 서원하는 우선적으로 형제들에게 하느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 하는 거룩한 미사이고, 다른 한편으로 서원식에 참석하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새롭게 확인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이 서원식을 통해 서원자들은 물론 여러분 모두 기쁨과 은총을 가득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서원하시는 형제님들이 이제 서게 되는 이 새로운 시작과 지나온 시간의 끝의 경계선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 아름다움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더 많은 축하객들이 오고, 더 많은 축하 인사와 축하 선물을 받는다고 이 아름다움이 더 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쁜 성가가 울려 퍼지고 예쁜 장식들이 눈에 들어온다고 해서 서원하시는 여러분들의 몸과 마음이 더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감성들은 단지 오늘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서원을 하는 여러분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이 시간과 이 자리에 온전히 채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서원 예식과 전례가 잘 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시작과 끝의 경계선에 선 서원자 여러분들이 하느님께 자신의 온 생을 봉헌하며 드리는 이 봉헌의 의미가 여기 모인 모든 이들, 더 나아가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도 의미있게 퍼져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복음적 삶의 공명”이 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공명(共鳴)이란 같이 울리는 것을 말합니다. 복음적 삶의 공명이란 내 가슴에서 우리는 복음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다른 이의 가슴에서 같이 울릴 수 있도록 전달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기에 서원을 하는 우리 수도자에게 있어 “복음적 삶의 공명”은 하느님께 우리 생을 봉헌하는 것이 의미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정배로 삼아 그분의 십자가길을 함께 걷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며, 어떤 기쁨을 주고, 어떻게 고통을 즐겁게 이겨낼 수 있는 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안에서 이 삶의 의미가 살아나고 하느님을 향한 기쁨과 사는 동안 겪는 고통을 즐겁게 받아 겪는 것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길 바랄 수 있겠습니까?

먼저 서원자 여러분 자신이 이 복음의 삶이 참된 것임을 알고 살아갈 때, 비로소 여러분을 만나는 이들이 그 복음의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를 같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서원자 여러분이 하느님과 함께 사는 기쁨을 알고 살아갈 때, 비로소 여러분이 만나는 이들이 하느님과 함께 사는 것이 왜 기쁜 것인지를 여러분과 같은 의미로 느끼며 알게 될 것입니다.

또한 먼저 서원자 여러분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고통 속에서도 주님과 함께함으로써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비로소 다른 이들도 하느님의 십자가가 고통이 아닌 행복이요 위로임을 여러분과 같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봉헌된 삶이 가져다주는 “복음을 살아가는 의미의 공명”입니다.

여러분 안에서 울리지 않는 복음의 소리는 다른 이들에게도 울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서원하는 이들과 또한 이 자리에 함께 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복음과 사랑이 먼저 일어나게 해 할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청빈에 대한 결심과 정결에 대한 사랑과 순명에 대한 고백을 하는 서원자 여러분은 우리 삶의 가장 완전한 의미를 봉헌하는 것이고, 그것을 지금 이 순간 시작과 끝의 경계선 위에서 모든 이들에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의 서원 예식은 우리 삶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아름다움 고백입니다.

만약 서원자 여러분의 오늘 결심과 서원식이 단순한 형식이 되어 버리고 행사가 되어 버려 더 이상 각자에게 돌아봄의 기회가 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서원 예식은 단순한 요식 행위가 될 뿐입니다.

오늘 이 순간을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하느님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기억하시고,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세상에 대한 도전과 결심을 기억하십시오.

오늘 서원자 형제들이 선택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여러분에게 당신의 마음과 영혼 안으로 들어와 “보라”고 하시는 것처럼, 여러분도 이제 자신과 공동체에 대해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세상에 대해 “와서 보라”(요한 1,35)고 말하셔야 됩니다.

예수님의 마음과 영혼이 서원자 여러분의 마음과 영혼에 울리며 퍼졌듯이, 서원자 여러분의 마음과 영혼에서 울리는 하느님에 대한 정결한 사랑과 청빈에 대한 결심과 순명에 대한 고백이 순백의 은총으로 피어나는 것을 이제 여기 모인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시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울려 퍼지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여러분이 발하는 서원의 참 의미가 되어야 합니다.

종신서원 형제들과의 마지막 면담에서 앞으로 어떤 수도자가 되길 바라느냐고 물었을 때, 한 형제는 “겸손한 수도자”가 되고 싶다고, 다른 한 형제는 “사랑의 열정을 사는 수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오늘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결심을 은총으로 충만하게 채워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교만에 빠지기 쉬운 존재들이기에 겸손한 수도자가 더욱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사랑에 지치고 미움을 배우기 쉬운 존재들이기에 사랑의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수도자가 더욱 절실히 필요합니다.

오늘 저의 단 한 가지 욕심이자 바램이 있다면, 여러분의 가슴에 울리는 겸손과 열정의 심장 박동 소리를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그리고 우리가 다시 하늘에서 만날 때도 듣게 하여 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날까지 저와 여기 모인 모든 이가 여러분과 함께 주님을 따라 걷고 싶습니다. 또한 그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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