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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주간 토요일>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제 1독서 : 히브 11,1-2.8-19 (하느님께서 설계자이시며 건축가로서 튼튼한 기초를 갖추어 주신 도성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복 음 : 마르 4,35-41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오늘 복음을 들으면 우리는 금방 구약성경의 요나 이야기를 연상하게 됩니다. 야훼의 말씀이 아미타이의 아들 요나에게 내리지요. “일어나 저 큰 성읍 니네베로 가서, 그 성읍을 거슬러 외쳐라. 그들의 죄악이 나에게까지 치솟아 올랐다.”(요나1,2) 그러나 요나는 사명을 저버리고 야훼의 눈앞을 벗어날 셈으로 배를 타고 도망갑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바람을 일으키시어 태풍이 거세게 몰아쳤고 겁에 질린 뱃사공들이 저마다 신에게 부르짖는데 배 밑창에 내려가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요나를 발견한 선장은 이런 요나의 사정을 듣게 됩니다. “나는 히브리 사람이오. 나는 바다와 물을 만드신 주 하늘의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오.…그러면 바다가 잔잔해질 것이오. 이 큰 폭풍이 당신들에게 들이닥친 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소.”(요나1,9-12) 그 야훼의 눈앞을 벗어나 도망치려고 한 자기를 바다에 집어넣으라는 요나의 말대로 더욱 기승을 부리는 바다 속에 요나를 집어던지자 성난 바다는 잔잔해졌고, 이것을 본 사람들이 몹시 두려워했다는 요나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마르4,35)고 말씀하시며 군중을 남겨둔 채 배를 저어 가십니다. 그런데 마침 거센 바람이 일더니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뱃고물을 배게 삼아 주무시기만 하셨고 겁에 질린 제자들이 부르짖지요.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4,38)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다를 향하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마르4,39)하고 호령하시자 거센 바람이 그치고 바다가 잔잔해졌습니다. 그렇게 하시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책망하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4,40) 그러자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마르4,41)하며 서로 수군거렸다고 오늘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믿음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또 사람들의 믿음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오늘 복음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고 모든 것을 버리고 따랐지만 세상의 작은 자연 변화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이는 예수님의 제자들만이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모 자식 간의 문제나 형제지간의 문제, 이웃 간의 문제 등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됩니다. 사업의 굴곡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 등 어려움이 닥치면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려워합니다. 심지어 때로는 두려움이 지나쳐서 무당을 찾기도 하고, 뇌물, 뒷거래 등 잘못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도 하지요.
이렇게 불안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평화롭고 잔잔하게 만드는 분이 당신이심을 우리에게 보여주시지요. 예수님께서는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 우리는 분명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 알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삶에서는 예수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계시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인 관점으로, 또 나의 인간적인 생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로 우리는 예수님을 뵙지 못할 뿐 아니라 더욱 혼란스러운 삶을 살게 됩니다. 그렇게 안타깝고 어리석은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우리는 내 곁에 계신 주님을 비로소 알아보고 오늘 풍랑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제자들처럼 “주님, 살려주십시오.”하고 매달립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모습이지요. 처음부터 주님을 믿고 따랐더라면 고통스러운 시행착오는 겪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어리석은 결과를 겪고 나서야 주님을 찾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셔도 이 세상에는 우리가 겪어야 할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 안에서 헤쳐나가고자 노력하며 지혜를 구할 때 풀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어려움들은 극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용운의 시 중에 <복종>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더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복종해야 할 분, 믿고 따라야 할 분은 돈도, 능력도, 세상의 논리도 아닌 오직 주님 한 분이십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며 그 뜻을 행할 때 주님께서는 우리를 돌보실 것이며, 감히 청하지 못하는 은혜도 내려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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