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2주간 수 -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낳다. /- 이찬홍 신부님

2007. 1. 17. 오후 2:09:15

글자

다해 연중 2주간 수 마르코 3, 1-6-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낳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낳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주는 것을 꾸역꾸역 받아먹으며 살을 찌우는 돼지보다는, 배가고프지만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는 철학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모습에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격언의 말을 좀 바꾸면 문제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곧, “배부른 돼지가 아니라, 배부른 사람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낳다.”는 말은 틀린 것 같습니다.
배가 불러야 학문을 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원초적인 욕구인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하면, 학문과 생각은 말장난에 불과할 뿐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제가 너무 현실적인가요? 그렇다면, 갈수록 현실주의자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좋은 모습인지, 나쁜 모습인지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격언에 “돼지”는 동물이 아니라, 탐욕과 탐식을 탐하는 사람. 철학을 천시하거나, 배격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사람을 배부른 돼지에 빗대어 비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문제는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먹는 것만 밝히고 학문을 외면하는 무식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모습이 아무리 돼지의 모습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철학보다 법보다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람인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 복음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안식일에 관한 논쟁입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마친 오른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예수님께서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과거, 이스라엘 민족에게 있어 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몸에 병이 들게 되면, 하느님께 벌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탓이든, 부모의 탓에 의해 그렇게 됐든, 장애나 병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였습니다.
멀리해야 하는 경계의 대상이요, 상종을 하면 안 되는 존재였습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 역시, 당연히 무시해야 하는 사람이요, ‘하느님께 벌을 받아 저 사람처럼 되지 않으려면 조심해야해! 하느님 말씀을 잘 지키며 그분께 순종해야해!’ 라는 일종의 말도 안 되는 교훈의 대상이요, ‘나는 저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저 사람이 하느님 앞에 배부른 돼지라면 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다.’ 라는 교만한 마음을 갖게 하는 존재였습니다.
사람들의 병자를 대하는 태도가 이러하다보니, 손이 오그라든 사람의 마음은 더 오그라들고 메말라 갔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환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시선, 모든 사회적 분위기를 아시기에 안식임에도 주저하지 않고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라고 말씀하시며 오그라든 손을 성하게 해주십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 복음은 법보다... 사회적 통념보다 사람이 더 우선임을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있어 자신을 낳게 해주는 것보다 더 행복하고 기쁜 소식은 없습니다.
마치 복음 선포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비록, 안식일 규정에 메여 있다 하더라도... 미룰 수 없는, 미뤄서는 안 되는 구원행위인 것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구원행위를 알지 못하기에,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합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배부른 돼지는 배고픈 소크라스의 심정을 알지 못합니다.
배고픈 소크라스도 배부른 돼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들의 알고 있고 살아가는 기준, 틀로만 상대방을 대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예수님과 손이 오그라든 사람, 바리사이들 중에 누가 배부른 돼지요, 누가 배고픈 소크라테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장애나 병에 의해 자신과는 좀 다른 모습,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 그 어떤 규정이나 법보다도 우선한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됩니다.

좀 넓게 확대해서 배부른 돼지의 모습이든, 배고픈 소크라스의 모습이든, 예수님께는 모두 똑같은 존재요, 예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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