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주간 목요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용서와 헌신의 삶-- 이기양 신부님

2007. 1. 11. 오전 8:44:29

글자
<연중 제1주간 목요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용서와 헌신의 삶

 

제 1독서 : 히브 3,7-14 (“오늘”이라는 말이 들리는 한 여러분은 날마다 서로 격려하십시오.)
복    음 : 마르 1,40-45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 한 사람을 고쳐 주셨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1,41)는 예수님의 말씀에 나병 증세가 깨끗이 사라졌지요. 예수님께서는 치유된 나병환자를 보내시며 엄하게 이르셨습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마르1,44)
   그러나 나병환자는 이 놀라운 치유 기적을 온 동네에게 퍼뜨렸다고 오늘 복음은 전합니다.

   오늘 복음을 대하면서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나병환자를 고쳐 주신 예수님께서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명령하시는 대목입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을 엄하게 이르셨을까요? 우리는 나병환자가 한 것처럼 온 동네에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 오히려 더 예수님을 잘 알리는 일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마르코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아무에게나 말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옵니다. 심지어 예수님께서는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마르8,30)라고 고백했던 베드로에게도 함구령을 내리시지요. 그 이유를 알면 마르코 복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수천 년 동안 메시아를 고대하였습니다. 애굽의 노예살이에서 해방시켰던 모세처럼 로마의 지배 하에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해 줄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었지요. 로마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여 부유하고 강한 일등 국가로 만들어줄 메시아를 기대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연약한 여인의 몸에서 태어나셨고 마땅히 거처할 곳도 없이 이 세상의 삶을 마구간에서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병들고 가난하고 소외 받은 사람들과 일생을 함께 하셨지요. 싸워서 이기기보다는 용서하라고 말씀하셨으며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고 당신의 몸과 피를 아낌없이 내어 주시며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예수님은 한없이 낮은 이러한 모습을 당신의 삶으로 직접 보이시면서 제자들에게 당신을 따를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10,43-45)

   예수님께서는 부와 권력을 틀어쥐고 있던 권력자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삼일만에 다시 살아나심으로써 권력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 그리고 아낌없이 주는 삶이 세상을 구원하고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이 세상에 오신 메시아가 권력과 부의 메시아가 아니라 사랑과 용서와 아낌없이 내어주는 메시아임을 드러내신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삶을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고,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함구령을 내리신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잘못된 메시아관이 전달되는 것을 막으시기 위함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시는 참된 메시아의 모습을 보여주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마르코 복음 사가는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함구령의 이유이고 마르코 복음이 전하는 메시아관입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모시고 따르는 우리는 세상의 논리대로 힘과 권력의 삶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용서와 헌신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평화를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세상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마치 우리 몸의 혈액이 하는 역할과도 비슷합니다.
   우리 몸의 혈액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혈장이라는 성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백혈구는 우리 몸에 어떤 이상한 침입자, 병균이 들어오면 얼른 그 침입자를 처리하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백혈구가 어떤 방법으로 침입자를 처치하는지 아십니까? 얼핏 생각하면 아주 강력한 방법을 쓸 것 같지요. 그런데 과학자들에 의하면 백혈구는 침입자를 향해 절대 무리한 힘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백혈구는 그저 그 침입자를 품에 꼭 껴안아 버린다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백혈구에게 안긴 그 침입자는 그냥 녹아버리고 말지요. 백혈구에는 보기 싫든 지저분하든 가리지 않고 모두 다 껴안아서 친구로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골수에서 태어나 폐에 가서 산소를 받아들여 자기 몸에 지니는 적혈구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산소를 얻어야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우리 몸의 모든 기관에 있어서 산소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적혈구는 언제나 이런 생명의 산소를 풍성하게 얻어서 가지고 다니다가 혈액 속에서 산소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아낌없이 다 전해 줍니다. 단 0%도 남기지 않고 100% 다 넘겨주지요. 그리고는 4일쯤 살아 있다가 비장에 가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고 합니다.
   우리 몸의 모든 것들은 세포 하나까지도, 자신을 위해 사는 친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백혈구는 모든 것을 감싸주는 반면, 적혈구는 모든 것을 나누어 줍니다. 그런 혈액이 바로 우리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고 있지요. 내가 남을 위해 100%로 봉사하듯이 남도 나에게 100% 봉사한다는 원리가 우리 몸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의 삶은 세상 사람들처럼 힘과 미움과 보복의 논리가 아니라 비록 고통이 따르더라도 그 모든 것을 포용하며 살아가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8,34)
   예수님의 이 말씀이 바로 부활의 길이요 영생의 길임을 깨닫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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