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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 연중 제 1 주간 화요일. 2007. 1. 9. 토평동.
1사무 1, 9-20. 마르 1, 21ㄴ-28.
「세월이 나와 함께 하지 않아/올해도 어느덧 다 가는구나./지나온 50여 성상/많은 덕 쌓고 큰 업적을 남기길 바랐었지./어찌하여 길을 잘못 들었을꼬/문장에서도 별달리 이룬 게 없네./후회해본들 이미 늦었으니/누가 그 잘잘못을 가릴 수 있을까./이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대느라/궁벽한 집에서는 탄식소리만 나오네/옛사람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면/공자님 찾아가 여쭈어 보리라.」 -조현명(1691~1752)의 ‘세모에 느낀 바를 쓰다’(歲暮書懷, ‘귀록집’에서)
250여 년 전, 영의정까지 올랐던 영조 때의 지식인이자 관리였던 조현명의 글입니다. 그가 겸손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는 많은 업적을 쌓고(그는 피비린내 나는 당쟁을 해소하기 위해 탕평책 실시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영의정까지 올랐다), 문장에서도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과 회한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한해의 마지막이라는 것은 늘 그런 마음일 것입니다. 잘 산 것 같은 사람도 못 산 것 같은 사람도 늘 한해의 끝자락은 “좀더”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죠.
이제 연중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한 해의 시작이야 대림으로부터, 그리고 세속의 한 해도 이미 시작되었지만, 오늘부터 연중시기에 접어들며 나의 삶을 주님과 함께 발맞추는 것이죠. 또 세밑에 어떤 반성을 하게 될지 모르나, 우리는 오늘 다시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며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 선한 마음이면 우리는 이미 무엇인가를 얻고 가는 것입니다. 비록 내가 그 바람대로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나는 주님을 향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출발했고, 그 선한 의지를 아시는 분께서 끊임없이 나를 지탱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주님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을 잘 보십시오.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회당에 더러운 영이 판을 칩니다. 도무지 그의 소리가 너무 커서 주님의 소리가 묻힐 지경입니다. 그 소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기지 않습니다. 진리가 이기고 진실이 이깁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마르 1, 25)
예수님의 나직한 목소리, 그러나 힘이 넘치는 목소리는 그 더러운 영을 한 방에 보내십니다.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에 주눅 들지 마십시오. 주님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회당에서 소리치는 영처럼 말입니다. 그럴 때 우리도 주님처럼 나직한 소리로, 아니 때론 침묵으로 명령하십시오. 진실한 신앙이 이깁니다.
그런데 과연 내게 그런 믿음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저 더러운 영은 회당에서조차 두려움이 없는데, 내게 주님을 향한 믿음에 두려움을 쳐부술 힘이 있겠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 연중 시기 처음, 제자들이 예수께 배워나가듯 나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분의 공생활을 함께 시작해 봅시다. 주님처럼 나를 둘러싼 소리들에, 나를 막아서는 세력에 명합시다.
“주님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떠드는 것들, 조용히 하라. 주님의 것이 아닌 것들, 나가라” |
다해 연중 제 1 주간 화요일./주님의 소리 - 조성호 신부님
2007. 1. 11. 오전 1: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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