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까만사제] /2007.01.05

2007. 1. 5. 오후 6:29:15

글자

“신부님, 세례성사로 이렇게 새롭게 태어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얼마 어리석게 살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유난히 눈물을 흘리는 새 세례 교우가 감사와 평화의 마음을 말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화롭고 기쁨의 찬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님께서 특별히 더 사랑하시나 봅니다. 주님께 감사드리셔야지요.”
“그런 평화로운 마음과 삶을 잘 간직하고 식구들에게, 이웃들에게 잘 전해주세요.”

신앙을 갖기 위해 입문하는 예비교우들의 입교 동기를 보면 많은 분들이 ‘평화를 얻기 위하여’ 라고 답을 합니다. 어른이 되서 세례를 받은 교우들은 회상해보면 잘 알겠지만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주님이 주신 평화로움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평화는 바로 신앙인이라면 지녀야 할 기본적인 품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교회가 그 첫날을 평화의 날로 지내는 것도 신앙의 존재 이유가 평화에 있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서로 기원하는 복은 바로 평화에 있습니다. 십자가와 죽음을 통해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신 주님은 부활 하시어 제자들과 세상에 평화를 기원하셨습니다. 그러기에 평화는 신앙인의 최종 목표입니다. 신앙의 여정은 평화를 위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세례 받으시는 것은 가문의 영광입니다.”
“왜냐하면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바로 나를 당신의 상속자로 불러주셨기 때문입니다.”

가끔 저는 세례는 준비하는 예비교우들에게 이런 농담을 하곤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농담이 아니라 맞는 이야기이고 은혜로운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평화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서 우리는 우리가 바로 주님의 사랑의 상속자임을 인식하는 데 있습니다. 나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평화는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 그리고 자녀라면 하느님께서 세워주신 상속자이기도 합니다.”(갈라4,6-7)

나에게 주시는 상속의 내용은 끝까지, 조건 없이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강생의 신비는 그 점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강생의 신비를 직접 목격한 요셉과 마리아의 여정은 바로 힘들지만 평화를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매순간 주님의 사랑의 손길을 새기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탄생의 여건이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그 열매는 평화였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2,19)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말하고 소망하면서 평화와는 멀어져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을 존경하고 사랑하기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주시는 창조주의 상속! 즉 사랑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에 평화를 말하면서도, 자신의 계산이나, 자신의 이익이 모든 것을 지배하기에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짐을 보게 됩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우리가 자주 받치는 성모송의 첫 인사말은 평화를 소망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 인사말에는 사심이 없습니다. 주님의 사랑에 근거한 존경심이 담겨져 있습니다. 나에게 흐르는 주님의 은총을 잘 헤아려 사랑하고 존경심을 갖는 다면, 이웃과 세상을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삶의 여정은 평화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이 허락하신 새로운 시간에 평화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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