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전 목요일 2007.1.4.(1요한 3,7-10/ 요한 1,35-42)
대학에 근무할 때에 주말이면 시골에 들어가 공소 미사도 드리고 원두막도 지어보고 텃밭에 채소도 가꾸곤 하였습니다. 한 번은 밭 몇 고랑을 만들어 케일 씨앗을 뿌린다고 뿌렸습니다. 케일이 자라면 쌈도 싸먹고 녹즙도 만들어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케일이 올라오지 않고 도라지가 올라왔습니다. 도라지 씨앗과 케일 씨앗이 비슷한데 도라지 씨앗을 케일 씨앗으로 잘 못 알았던 것입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옛말이 잘 못 될 리가 있겠습니까?
오늘 독서의 말씀을 보십시오. 하느님 심은 데는 하느님이 나야 한다고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씨가 그 사람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느님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와 악마의 자녀는 이렇게 뚜렷이 드러납니다.”(1요한 3,9-10).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 안에는 하느님의 씨가 심겨져 있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씨를 몇 몇 학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하기도 합니다만, 대게의 학자들은 성령이라고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씨인 성령이 우리 안에 심겨져 있다면 나날이 성령의 나무가 자라 성령의 열매가 달려야 할 것입니다. 건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도 건전한 생각을 하고 건전한 말과 행동을 하고 건전한 친구를 사귀고 건전한 가정을 이룹니다. 하물며 성령이 우리 안에 계시다면 우린 반드시 성령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22-23). 그러나 악마의 씨앗이 우리 안에 있다면 우리에게서는 악마의 열매가 열릴 것입니다. “그것은 곧 불륜, 더러움, 방탕, 우상 숭배, 마술,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 만취, 흥청대는 술판,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입니다.”(갈라 5,19-21).
또한 곡식이나 과일 나무가 자라 열매를 맺기까지 무수한 어려운 역경들을 만납니다. 가물기도 하고, 장마가 지기도 하고, 냉해가 들기도 하고, 온갖 해충들과 세균들이 달라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는 곡식이나 과일 나무라야 풍성한 결실을 맺습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씨를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진정한 신앙인답게 세속의 유혹 앞에 무릎을 꿇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갑시다.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그리스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그분과 함께 부활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참조).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성령을 받았으니 상령께서 이끄시는 새로운 삶을 살아갑시다.
주님 공현 전 목요일 2007.1.4/하느님 심은 데는 하느님이 나야 한다 - 하성호 신부님
2007. 1. 5. 오후 6: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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