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규봉신부(전주교구)-
율법에 의하면 자녀를 낳은 산모는 일정한 기일(레위 12,1-5 : 남아 40일, 여아 80일)이 지난 후 사제에게 가서 율법의 규정에 따라 정결예식으로 번제와 속죄제를 드려야 했다. 출산에 대한 감사와 헌신의 마음을 표하기 위하여 양 한 마리를 번제로 드렸고, 출산으로 인한 부정을 없애기 위하여 비둘기 한 마리를 속죄제로 바쳤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번제로 바쳐야 하는 양 대신 비둘기를 바칠 수 있었다(레위 12,1-8). 이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배려인 동시에 부유한 자나 〕??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하느님을 경배하고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율법에는 가축의 수컷 맏배를 하느님께 드리도록 규정하고 있는데(탈출 34,19; 신명 15,19), 사람의 경우 장자를 제물로 바치는 것은 레위 지파를 성별하심으로써 대신하도록 하셨다. 이때 장자의 수가 레위인의 수보다 많을 때에는 한 사람당 다섯 세겔씩을 속전으로 지불하도록 하셨다(민수 3,11-13.40-51; 8:16-18). 이러한 율법에 근거하여 예수님께서 장자이시므로 하느님께 봉헌된 것이다.
그런데 예루살렘에는 시메온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의로운 사람으로서 하느님을 열심히 공경했을 뿐만 아니라 독실하여 율법을 충실히 지키며 살아왔다. 그는 메시아가 오셔서 이스라엘을 회복하시어 위로를 받을 때가 오리라는 것을 굳게 믿으며 끈기 있게 기다렸다. 성령께서는 그러한 시메온 위에 머물러 계셨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메시아의 강림을 위해 기도했으며,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그를 어여삐 여기시어 성령을 통해 메시아를 보게 되리라고 계시하셨다. 성령께서는 시메온을 인도하시어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도록 하셨다. 그리하여 시메온은 성전에 온 많은 아이들 - 그 중에는 품위 있고 고상해 보이는 부모들이 데리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겠지만, 그 가운데 초라하고 볼품없는 시골뜨기 요셉과 마리아가 데리고 있는 예수님을 보고 그분이 메시아임을 알아보고, 하느님께 찬양을 드렸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예수님을 보면서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을 미리 보았다. 사실 예수님의 탄생 자체가 이미 인류 구원의 시작이기 때문에 구원은 벌써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시메온은 아기 예수님을 팔에 안고 세상 끝까지 미칠 그분의 영광과 은총을 찬양한다. 구원의 복음이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만방으로 확장될 것을 미리 보았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서 조그마한 어둠도 없으신 참 빛으로서 인종과 신분 등 모든 인간적 장벽을 뛰어넘어 모든 이들에게 빛을 비추시는 분이시며,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라고 예수님님을 찬양한다.
시메온은 온 삶을 바쳐 메시아를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그는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 하느님 나라를 기다리며,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나가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주님을 사랑하고 공경해야 한다. 그리고 주님 사랑과 공경은 곧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으로 드러난다.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 곧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계명은 무거운 짐이 아닙니다.”(1요한 5,3)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서 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계십니다.”(1요한3,24)는 말씀처럼 계명을 지켜야 한다. 나아가 우리 눈앞에 빚어지는 타락과 불신의 흐름에 휩쓸려가지 말고, 이 세상을 넘어 저 세상까지 바라보는 영적인 눈을 떠서 매일 매일을 하느님 앞에서 새롭게 결단하고 인내하는 경건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주님의 성탄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도 시메온처럼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주님의 계명을 지키며 경건하게 살면서, 온 삶을 바쳐 주님을 기다리고 하느님 나라를 기다리는 신앙인이 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