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성탄 팔일축제 내 제5일>/ 시메온, 만민에게 베푸신 주님의 구원을 보다! - 이기양 신부님

2006. 12. 29. 오후 12:35:14

글자

<12월 29일 성탄 팔일축제 내 제5일>  
                     시메온, 만민에게 베푸신 주님의 구원을 보다!

 

제 1독서 : 1요한 2,3-11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는 사람입니다.)
복    음 : 루카 2,22-35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

   

   “척 보면 압니다.”는 말 들어보셨지요? 척 보고 단번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고 또 봐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의 혜안이 있고 지식과 경험이 깊으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사람도 첫 눈에 대충 파악이 되지요. 어느 정도의 느낌이 있고 그 다음에 대화를 통해서 첫 눈에 알았던 내용들을 확인해 나갑니다. 통달한 사람이라면 더 잘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그 앞에서는 속일 수가 없지요. 그런 사람이 속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몰라서 속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것뿐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척 보면 알 수 있는 이런 혜안과 지식의 은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시메온입니다. 시메온은 예수님을 한 눈에 알아보았지요. 생각해 보십시오. 이 노인은 평생을 예루살렘 성전에서 머물며 산 사람입니다. 그는 성전을 찾는 수  많은 순례객들을 만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수십 만, 수백 만의 사람들 중에서 어린 예수님을 한 눈에 알아보았지요.

   어떻게 시메온은 예수님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예루살렘 성전을 드나드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메온은 한 눈에 예수님을 알아보고 감격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받아 안고 감격에 겨워 그 유명한 시메온의 노래를 부르지요. 구세주를 알아보는 시메온의 시각과 혜안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는 시메온이 어떻게 예수님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구절이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 알려 주셨다.”(루카2,25-26)
   그렇습니다. 시메온은 의롭고 경건하게 살면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던 사람이었고 성령이 그에게 머물러 계셨습니다. 그것이 단번에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입니다. 시메온의 관심은 오로지 인류의 구원자, 메시아에만 집중되어 있었고 확신을 가지고 그 분이 가져다주실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메온의 삶은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살아가는 믿음이 충만한 삶 그 자체였습니다.

   성경은 시메온을 경건하고 의롭게 살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의롭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요한 사도는 오늘 독서에서 하느님을 진정으로 아는 것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킴으로써 이루어진다고 가르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나는 그분을 안다.’하면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습니다.”(1요한2,3-4)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이 하느님을 아는 사람이고, 바로 그 사람이 의로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 살면 하느님의 사람이 보입니다. 세상에 살면 세상 사람이 보일 뿐이지요.
   사람은 자기의 관심이 가는 대로 보게 되어 있습니다. 복음적이고 하느님적인 삶을 살려고 애쓰고 노력하면 그런 사람들이 눈에 보이고 또 그들과 어울리게 되지요. 그러나 나의 욕심과 욕망을 채우는 데에 집중되어 있으면 다른 것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하느님에 대한 관심은 없고 다이어트에만 관심이 있다면 누가 몇 kg의 살을 어떻게 뺐다는 소식만 들리고 보입니다. 하느님께 관심과 초점이 맞춰져 있고 어떻게 하면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은 누가 살을 얼마나 뺐는지에는 관심이 없지요. 하느님 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하느님의 영 안에 살아가게 되고, 또 그런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이나 모세, 판관들 같이 지혜로웠던 구약의 많은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믿었던 사람들입니다. 자기의 경험과 지식을 믿지 않았지요. 자기의 경험과 지식은 하느님께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일 뿐 궁극적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영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자기의 경험과 지식만을 믿습니다. 그 결과 늘 불안하고 흔들리는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신자들의 삶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과 판단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 성령의 흐름 안에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시메온은 예수님을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뵐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싶으면 성전 안에 머물러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지요. 성전에 자주 오지 않은 사람은 하느님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십 년, 이십 년 냉담한 사람이 하느님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조배실에서 밤낮으로 기도하고 또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을 만난 시메온은 감격의 노래를 하면서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루카2,29)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면 이렇게 죽음 앞에서도 자유롭습니다.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면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 잃는다는 것에 쫓겨 늘 불안하고 근심과 걱정 속에 번뇌하게 됩니다.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먼 삶이지요. 시메온이 얼마나 거룩한 삶을 살았고, 또 얼마나 거룩한 죽음을 맞았는지를 우리는 이 대목에서 알 수가 있습니다.
   장례식에 더러 가보신 경험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거룩하게 살았던 사람과 믿지 않거나 혹은 믿어도 건성으로 믿었던 사람들은 그 표정부터가 다릅니다. 참으로 거룩한 죽음을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려움과 불안에 떨다가 가는 사람들도 있지요. 또 가끔 돌아가신 분이 한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을 모르면 한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생을 살면서 열심히 쌓아놨던 것을 그대로 놔두고 가는데 어떻게 한이 많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주님을 만난 사람은 죽으면서도 결코 안타까워하지 않습니다. 편안한 마음, 기쁜 마음, 그리고 거룩한 모습으로 하느님께 나아갑니다.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역시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성당에도 시메온과 같은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춥거나 덥거나 미사와 기도에 열심인 할머니들과 열심한 신자들이 바로 그 분들입니다. 하느님을 알면 성당에 계속 머무르게 됩니다. 바로 시메온이 그랬지요. 계속 성당에 머무르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성전에 자주 머물러야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 체험은 내 안에만 담고 있으면 자라나지 않습니다. 내가 처한 위치에서 열심히 복음을 선포하고 말씀을 전할 때 나의 신앙은 더욱 풍요롭게 열매 맺게 될 것입니다.

   오늘 시메온은 한눈에 주님을 알아 뵙고 벅찬 감동에 인류를 구원하신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거룩한 현장을 직접 보게 해 주신 하느님께 이제는 평안히 눈을 감을 수 있다고 감사의 고백을 드리고 있습니다. 역시 성령 안에 머물러 살 때 하느님의 구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은총이 주어짐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삶을 이끄시는 분이 하느님이심을 잊지 말고, 의롭고 경건한 삶을 통하여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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