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교회의 첫 순교자인 무고한 어린이들[경구봉신부님] /2006.12.28

2006. 12. 28. 오전 11:11:29

글자
교회의 첫 순교자인 무죄한 어린이들

 -경규봉신부(전주교구)-

   인류의 죄를 대신 기워 갚으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오신 주님께서는 갓난아이 시절부터 배척당하시고 박해받으신다. 가난한 목동들이나 하느님의 뜻을 찾는 동방박사들로부터는 찬양과 영광을 받으셨지만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박해받으신다. 사람을 구원하시는 구세주가 사람에게,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박해받으신다. 하느님께서 뽑으신 나라에서, 뽑힌 백성으로부터 박해를 당하신다. 그리하여 박해받으시는 구세주께서는 당신의 나라를 떠나셔서 우상의 땅 이집트로 가셔야만 했다. 여관에 빈 방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비어있는 마구간으로 가셔야 했던 것처럼, 당신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유대를 떠나 이집트로 가셔야만 했다.


어둠은 빛을 싫어한다. 어둠은 빛이 없어야만 있을 수 있으며, 빛이 오면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둠은 빛을 가로막고, 방해한다. 어둠은 모든 것을 닫아버린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다. 어둠은 빛이 오면 저절로 사라진다. 어둠은 빛이 없는 상태일 뿐이다. 빛이 비추이면 어둠은 물러갈 수밖에 없다. 세상의 빛이신 주님께서 강생하실 때에도 어둠의 세력들은 주님의 강생을 방해하고자 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이 세상이 하느님을 결코 이길 수는 없다.


어둠의 세력들은 헤로데를 통하여 메시아의 강생을 방해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헤로데는 어둠의 하수인이 되어 베들레헴과 그 근처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갓난아이, 죄(본죄)가 전혀 없는 순진무구한 갓난아이들이 헤로데의 야심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었다. 인간적으로 생각할 때, 이 젖먹이들의 죽음은 얼마나 불의한가! 그 어머니들의 가슴은 오죽 아플까? “라마에서 들려오는 소리, 울부짖고 애통하는 소리, 자식 잃고 우는 라헬, 위로마저 마다는구나!”라는 말씀처럼 그 어머니들의 귀에는 아무런 위로의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통이 컸다.

과연 이 젖먹이들의 죽음은 원죄의 결과인가? 젖먹이들이 다른 이스라엘 사람들보다 더 죄가 크고 많았기 때문인가?(루카 13,4) 결코 그렇지 않다. 젖먹이들의 병이나 죽음이 원죄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원죄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젖먹이들의 죽음이 인간적으로는 지극히 불합리하지만, 신앙적으로는 대단히 큰 영광을 받은 것이다. 이들은 그리스도 때문에 순교를 당한 것이다. 이들의 죽음은 목숨을 바쳐 그리스도의 강생을 도운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원죄를 없이하고 자신들을 구원하실 그리스도를 위해 미리 피를 흘려 순교한 것이다. 이들은 비록 말도 못하는 젖먹이들이었지만 고귀하고 영광스러운 첫 순교자들이다. 이들은 피를 흘림으로써 혈세(血洗)를 받아 영광스러운 교회의 일원이 되었다. 그들은 그리스도로 인해 구원되고 영광을 받은 그리스도교의 첫 성인들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이 땅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천국에서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충분하고 풍성하게 보상받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악을 통해서도 우리를 구원하신다. 때문에 죄가 많은 곳에 은총도 많다. 오늘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축일을 보내면서 악을 통해서도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굳게 믿자. 혹시라도 내가 당하는 불이익과 고통이 주님을 위한 작은 순교의 행위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 현실의 어려움과 고통으로 인하여 낙담하고 절망하기보다 이를 통하여 주님의 십자가의 수난에 동참하고, 주님을 위한 순교의 길을 걸어가는 신앙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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