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12월 28일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복사들을 대하며... - 이찬홍 신부님

2006. 12. 28. 오전 10:03:25

글자

다해 12월 28일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마태오 2,13-18-복사들을 대하며...

 


오늘은 무죄한 어린이 순교 축일입니다.
아무 죄도 없는 아기들이 헤로데에게 죽임을 당하는 복음 말씀을 접할 때마다, ‘왜, 태어난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아기들이 축임을 당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은 떨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죽어야 하는데, 예수님께서는 이집트로 도망을 가버려서 어쩔 수 없이 그 분풀이로 죽임을 당하는 것일까요?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은, 헤로데의 욕망, 욕심 때문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그 싹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 아무 죄도 없는 아기들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한 방울 이슬처럼, 그렇게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가?
이런 일이 생기기까지 하느님은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사람을 사랑하시고, 돌보신다는 분이, 이런 엄청난 죄악을 미라 막지 않으시고, 어찌 아무렇지도 않는 듯, 아무 일도 없는 듯, 그렇게 가만히 계시는가? 라는 의문입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그렇게 가만히 계실까요?
무죄한 아기들의 죽임 당하는 일에... 그리고 우리의 아픔, 고통에 아무렇지 않은 듯, 가만히 계실까요?

하느님께서 가만히 계시는 것 같아도, 이는 우리의 생각입니다.
고통과 슬픔의 나락에서 우리가 그렇게 느껴지고 생각되어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무죄한 아기들의 죽음에 가만히 계시는 것 같지만... 우리의 고통에 아무런 응답이 없는 것 같지만, 정작 하느님께서는 죽어가는 그 아기들과 함께 무참히 살해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고통, 아픔을 당신 친히, 함께 겪으면서 그렇게 아파하시고, 눈물을 흘리시는 분이십니다.

이러한 모습은 분명 하느님이 참 무능력한 분같이 느껴집니다.
세상과 인간의 주인이시면서, 그 세상과 인간을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시는 바보 같은 분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느님이 무능력하게 보여도... 바보같이 느껴진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죽어가는 이들과 무관하신 분이 아니라, 함께 죽어 가시는 하느님이심을...’ ‘우리의 고통과 아픔에 함께 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는 하느님이심을...’ 곧, 우리 삶과 무관하신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 삶 안에서 함께 살아가시는 하느님이심을 느끼고 고마워합니다.

그렇게 삶 안에서 하느님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신앙이요, 믿음의 고백입니다.
이런 믿음의 고백 안에서만이, 무죄한 아기들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의미를... 오늘날에도 의인들이 받는 고통과 수없이 낙태되는 태아들의 죽음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또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냈으면 좋겠습니다만, 여기까지는 서두입니다.
서두가 너무 길어 죄송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며 요 며칠 복사들의 모습과 그들을 대하는 저의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12월 들어서 날씨가 추어서 그랬는지 새벽 미사에 복사들이 많이 빠졌습니다.
오랜 만에 복사 회합에 들어가서, ‘앞으로 복사 빠진 사람은 눈썰매 타러 갈 때, 안 데리고 간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였습니다.
신학생 때, ‘짤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자주해서 그런지, ‘복사 빠지면, 복사 짤라 버린다.’ 는 말은 하기도 싫고 해서 하지 안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강하게 협박을 해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새벽 미사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당당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도...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라는 말도 없습니다.
그저 아무 일도 없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냅니다.
참 낙천적인 아이들입니다.^^

어제, 10시 미사 때, 복사를 하기 위해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워낙 많이 빠져서 저에게 찍힐 때로 찍힌 친구입니다.
제의방에 불러 ‘너 어제 새벽 미사 복사 차례인데, 안 섰지? 너는 눈썰매 타러 오간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아이는 ‘어제 못서서, 오늘 왔습니다.’ 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면, ‘그러니? 대단하다. 잘못한 것을 기워 갚으려는 책임감이 있구나...’ 라고 칭찬을 해주어야 하는데, 저는 ‘오늘은 오늘이고, 아무튼 어제 안 섰잖아!’ 며 윽박질렀습니다.
아이도, 저의 윽박에 ‘네’ 라고 응했습니다.

미사를 봉헌하며, ‘내가 복사 빠지지 말고, 열심히 서라고 말하는 것과, 부모님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 다를까? 아이들이 느끼기에는 다 같은 강요가 아닐까? 나는 신앙적인 면이기에 괜찮고, 부모님은 세상적인 면이기에 그르다고 하면, 독선이 아닌가? 미사 끝나고 아이하고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저희 때보다 더 성숙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생각외로 생각이 깊었습니다.
나름대로 책임감도 있었습니다.
복사를 하겠다는 대답에는 새벽 미사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나, 책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귀찮아서 그렇게 미사에 빠졌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새벽 미사 말고, 저녁 미사에 복사 설래?’ 라고 묻자, ‘저녁 보다는 새벽이 더 낳아요.’ 라고 대답 속에는 앞으로 빠지지 않겠다는 다짐도 포함된 것 같았습니다.

강론을 준비하며, 아침에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에 새벽미사에 두 번이나 늦어 여러분들의 심려를 끼쳐드린 저의 부족한 모습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나도, 이렇게 자주 미사에 늦는데.. 아이들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내가 그동안 아이들을 너무 심하게 대했구나.. 저의 잘못을 합리화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미사에 늦은 것은, 어쩌면 복사들에게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하라는 뜻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본당의 복사들보다 더 개구쟁이였습니다.
본당에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저 만한 아이가 없습니다.
제가 주일학교 때, 교리 선생님이 수녀원에 갔습니다.
신학생 때, 휴가 나와서 제가 신학교에 갔다는 말을 듣고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이찬홍 네가 신학교에 갔어? 너 신부되면 나 손에 장을 지진다..’
저 상처 엄청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수녀님을 욕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교리 선생님들이 모여, 이찬홍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답니다.
고민의 결과는 ‘우리는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며 포기를 했었답니다.
그 정도로 제가 장난이 심했고,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사제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하느님은 참으로 자비로우신 분이신 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런데,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을 못한다고, 복사들이 미사에 좀 빠졌다고... 윽박을 질렀으니... 참, 저를 가르쳤던 수녀님이 보셨으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에, 잠시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폭넓게 생각해 본다면, 저의 이러한 그릇된 행동도... 저의 모습은 잘 보지 못하고, 복사 아이들에게 윽박지르는 모습도... 무죄한 이의 죽음에 동참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직접적인 동참은 아니더라도, 간접적이요,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말과 행동입니다.

지금까지 잘못했으면 ‘잘못했습니다.’ 라는 말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다음 복사 회합 때는 아이들에게 ‘신부님이 말을 너무 심하게 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래야, 저 또한 하느님께 꾸지람을 덜 듣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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