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하느님과 어린양에게 바쳐진 첫 열매-이기양 신부님

2006. 12. 28. 오전 10:02:18

글자

<12월 28일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하느님과 어린양에게 바쳐진 첫 열매         

 

제 1독서 : 1요한 1,5-2,2 (예수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해 줍니다.)
복    음 : 마태 2,13-18 (헤로데는 베들레헴에 사는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마태2,18)
   헤로데에 의해서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이 모조리 학살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동방박사들의 방문에서 기인됩니다. 별의 인도를 받아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를 찾아서 먼 길을 찾아왔던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 위에 머문 별을 보고 헤로데 임금을 찾아갑니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2,2)
   헤로데로서는 깜짝 놀랄 일이었지요. 동방박사 일행의 방문에 대한 충격이 컸음을 성경은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마태2,3)
헤로데는 즉시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다 모아놓고 메시아가 나실 곳이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지명하게 합니다. 그들은 미카서 5장 1절의 말씀을 들어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사실 예언자가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 (마태2,5-6)

   박사들은 다시 별의 인도를 받아 베들레헴 성 마구간에 계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서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예물로 드린 후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꿈에 받고 다른 길로 돌아갑니다. 헤로데는 돌아오지 않는 동방박사들을 기다리다가 분명히 베들레헴 일대를 수색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박사들이 떠난 그 날 밤으로 이집트로 피난간 성가정을 찾지 못하자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예레미야 예언자가 예언한대로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예레31,15) 라는 말씀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사람의 일로 희생된 이와 비슷한 끔찍한 일이 구약의 탈출 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힘과 생명력을 두려워한 파라오는 히브리인들의 사내아이들을 모두 강물에 던져 죽였습니다.
    “히브리인들에게서 태어나는 아들은 모두 강에 던져 버리고, 딸은 모두 살려 두어라.”(탈출1,22)
   모세가 파라오의 학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던 것처럼 아기 예수님 역시 베들레헴 학살에서 벗어나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구약과 신약에서 볼 수 있었던 학살의 현장이 오늘날 우리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낙태로 죽어 가는 어린 생명들이 일 년에 2백만 명이 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입니다. 이렇게 끔찍한 일을 신자가 비신자나 할 것 없이 동조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놓고 우리는 심각하게 자신을 성찰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확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한 쪽은 헤로데 임금과 수석 사제들 그리고 율법학자들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입니다. 이들은 예루살렘에 살면서 메시아에 대한 지식이 깊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에 산 넘고 물 건너서 먼 길을 어렵게 찾아왔던 동방박사들과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랐던 목동들이 있었습니다. 메시아로 오신 아기 예수님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습니다. 헤로데 임금과 수석 사제, 율법학자들은 아기 예수님을 죽이는데 동참하지만 동방박사들과 목동들은 감격에 겨워 축하와 찬미를 드리지요.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이루십니다.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반발한 헤로데 임금은 그래도 이해되지만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왜 수 천년 동안 기다려온 메시아를 죽이는데 찬동하고 적극 협력하였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욕심 때문이었지요. 끝없는 욕심과 굽힐 줄 몰랐던 주장이 메시아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배척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승리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33년 후에 다시 일어나지요. 33년 후에 본시오 빌라도와 수석 사제들, 율법학자들은 또 다시 예수님을 죽이는데 적극 협력합니다. 결국에는 권력자가 이기는 것 같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삼일만에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가 드러납니다.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본시오 빌라도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 사형 선고를 내린 어리석은 죄인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70년경에 모두 패망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들의 후손들은 이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다니는 유랑 생활을 하게 되지요.

   이러한 어리석음은 과거 예수님 시대에만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그런 일이 계속되고 있지요. 신앙 생활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또 단체의 장으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 사람일수록 사목자의 복음적인 결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예수님 시대의 수석 사제들이나 율법학자들과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지요.
   순수해야 합니다. 오히려 먼 곳에 있었던 동방박사들은 메시아를 만났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던 순수한 목동들은 왕으로 나신 아기 예수님을 지켜보며 찬미 드리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례를 받은 지 얼마나 오래 된 신자이고 성당에서 어떤 직위로 무슨 봉사를 했는지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이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성을 쌓아 자기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계기가 된다면 그 사람은 구원에서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복음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18,3)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기고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복음적인 것은 받아들이고 비 복음적인 것은 스스로 정화시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할 때 우리 안에 계시는 주님을 알아볼 수 있는 생명의 눈이 열릴 것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다해 예수 성탄 대축일./역시 오팔과 같은 존재임 - 조성호 신부님06.12.28조회 31다해 12월 28일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복사들을 대하며... - 이찬홍 신부님06.12.28조회 30<12월 28일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하느님과 어린양에게 바쳐진 첫 열매-이기양 신부님06.12.28조회 31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축일 2006-12-28 /헤로데의 죄 - 김상조 신부님06.12.28조회 30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2006.12.28.목/당연한 것이 선물 - 민경철 신부님06.12.28조회 30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2006년 12월 28일/“꿈에” - 이광해06.12.28조회 30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2006/12/28 /하느님 탓인가? - 박용식 신부님06.12.28조회 30[강론] [말씀묵상]겸손하고 사려가 깊었던 사도요한[윤자면신부님]/ 2006.12.2706.12.28조회 31[동영상] TV 매일미사 2006년 12월 27일 성탄 팔일축제 내 제3일 수요일06.12.27조회 31성요한사도축일 2006-12-27/‘사랑의 사도’ - 한창현 신부님06.12.27조회 30[묵상] 보고 믿었다[유광수신부님] /2006.12.2706.12.27조회 302006.12.26 화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강론] 천상탄일[이수철신부님]06.12.27조회 30[묵상] 당나귀[류해욱신부님] / 2006.12.2706.12.27조회 30[강론] [말씀묵상]예수와 같은 죄로 죽은 스테파노[윤자면신부님/2006.12.2706.12.27조회 30[강론] 그리고 보고 믿었다[강영구신부님] /2006.12.2706.12.27조회 30[강론] 예수님의 사랑 받던 제자[박상대신부님] /2006.12.2706.12.27조회 30[강론] 주님의 눈으로 보고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한 사도 요한[경규봉신부님] 2006.12.27 /06.12.27조회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