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2006.12.28.목/당연한 것이 선물 - 민경철 신부님

2006. 12. 28. 오전 10:00:20

글자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2006.12.28.목

 

 마태오 복음 2장 13-18절
헤로데는 사람들을 보내어,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 아이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당연한 것이 선물     민경철 신부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어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것을 가지고 싶고, 가지게 되면 더 큰
것을 탐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가지고 있는 것을 잃고 싶지 않은
욕망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헤로데가 그랬지요. 세상의 왕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 두 살 이하의 사내를 살해하는
큰 범죄를 저지르고 맙니다. 어떻게 차지한 자리인데 그 누가 내 것을
빼앗아 갈 수 있단 말입니까? 이처럼 우리 삶에 당연한 것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지수는
그리 크지 못합니다. ‘내 지금의 자리는 정당한 방법으로 올라온
자리이니까 내 노력의 대가야, 나의 재산은 쓸 것 못 쓰고 절약하여 모은 돈으로
마련한 것이니까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이야.’ 이런 생각들은 소유물에 집착하도록
만듭니다. 내게 당연한 것이 주님께로부터 받은 감사한 선물로 바뀔 때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영원히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잠시 맡기고 잘 빌려 쓰라는
것이었다면 언제든지 내놓을 수 있는 마음으로 살아야 자유를 체험합니다.
버려야 얻는다는 진리가 사실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노자가 그랬다. 물처럼 살라고.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밥그릇에 담아두면 밥그릇 모양으로 되고,
맥주병에 담아두면 맥주병 모양이 되고, 호롱박에 담으면 호롱박 모양이 된다.
그러면서도 물은 자기를 잃지 않는다. 더우면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뜨거우면 자기 몸 하나 주체하지 못하는 연기로 날아가고 말지만,
물은 본시 물일뿐 물 아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물처럼 산다는 것일까? 개울물을 따라 흘러가다 조약돌을 만나면
보듬어 안아서 갈 줄도 알고 대의에 한 몸 보태는 일이라면
드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고
어느 산골짜기 새벽에 이름 모를 꽃잎의 이슬로 머물러야 한다면,
나 홀로 남겨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겠지.
어떻게 하면 물처럼 산다는 것일까? 한 방울의 유약한 물방울로
초동들의 풀피리 위에서 이리 저리 굴려지는 몸일지라도
마지막 물 한 방울이 물잔의 물을 넘치게 한다는
냉엄한 산 교훈을 잊지 않고 살아나 볼까?
뜨거운 햇볕에 금방 하늘로 휘날려지고 마는 연기의 생으로 이 세상을
마감할지라도, 언젠가는 시원한 소낙비가 되어 이 땅의 뭇 생명들과의 부활을
다시 꿈꾸어나 볼까?

고홍석 | 제주도 제주시 화북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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