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 이기양 신부님 / 2006.12.18

2006. 12. 18. 오전 10:30:49

글자
 

<12월 18일>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제 1독서 : 예레 23,5-8 (내가 다윗을 위하여 의로운 싹을 돋아나게 하리라.)

복    음 : 마태 1,18-24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예수님이 탄생하시리라.)




   오늘 복음 말씀은 이 세상에 예수님께서 오시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세주 예수님이 다윗 가문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오시는 과정을 통해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요.

    ??내가 다윗을 위하여 의로운 싹을 돋아나게 하리라.??(예레23,5)

   오늘 독서에서 예레미야 예언자는 다윗의 후손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가 나실 것을 예고하며 유배 중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줍니다. 성경 저자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다윗 가문의 후손임을 수차례 확인하고 있는 것은 다윗 가문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이시라는 것을 드러내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구약의 예언에 따라 예수님께서 다윗 가문에서 나셨다는 것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복음에는 약혼녀인 마리아의 임신 소식을 듣고 요셉이 고민하고 있을 때 주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는데 천사는 요셉을 특별히 이렇게 호칭하고 있습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마태1,20)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고 호칭하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어제 복음 말씀으로 들은 마태오 복음 1장의 족보 내용 또한 예수 그리스도가 다윗 가문의 후손으로서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이심을 드러내는데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약성경은 창세기부터 마카베오기 하권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끊임없이 메시아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고 그 메시아가 다윗 가문에서 날 것이라고 언급합니다. 창세기 22장에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사악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손에 칼을 잡고 아들을 막 찌르려고 하는 아브라함에게 야훼의 천사가 말합니다.

    ??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22,18)

   다윗과 메시아로 이어지는 하느님의 계획을 엿볼 수가 있지요. 그런가 하면 창세기 49장에서는 유다 지파 다윗 가문에서 왕이 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뽑은 이와 계약을 맺고 나의 종 다윗에게 맹세하였노라. 영원토록 네 후손을 굳건히 하고 대대로 이어질 네 왕좌를 세우노라.??(시편89,4-5)

   또 이사야 예언자는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7,14)하며 장차 동정녀에게서 태어날 구세주를 암시하고 있으며, 11장에서는 장차 올 평화스러운 왕국에 대한 표현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이사11,1)


   오늘 복음은 이렇게 구약의 곳곳에서 예언되고 암시되던 예언이 그대로 성취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신약의 제자들은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에 대한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성취되었음을 예수님의 탄생 사건을 통해 끝없이 강조합니다. 사도행전 2장에서 베드로는 다윗의 후손인 예수님에 대해서 열렬히 설교하여 많은 사람을 그리스도교 신자로 개종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예언자였고, 또 자기 몸의 소생 가운데에서 한 사람을 자기 왕좌에 앉혀 주시겠다고 하느님께서 맹세하신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예견하며 ??그분은 저승에 버려지지 않으시고 그분의 육신은 죽음의 나라를 보지 않았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이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고 우리는 모두 그 증인입니다.??(사도2,30-32)

   바오로 사도 역시 로마서 1장에서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에 대하여 이렇게 소개합니다.

    ??당신 아드님에 관한 말씀입니다. 그분께서는 육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고, 거룩한 영으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시어, 힘을 지니신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확인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로마1,3-4)

   또 복음서를 보면 여러 병자들을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을 보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모습이 나옵니다.

    ??저분이 혹시 다윗의 자손이 아니신가???(마태12,23)

   마태오 복음 15장에 나오는 가나안 여인은 마귀 들린 딸의 치유를 간청하며 예수님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태15,22)

   자녀를 살리고자 간청하는 그 간절한 순간에 한 이방 여인이 부르짖는 외침이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또 마태오 복음 21장에 보면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향해 사람들이 열렬히 환호합니다.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마태21,9)

   성경 저자들은 예수님께서 구약에 예언된 다윗의 후손임을 끊임없이 가르쳐 줍니다. 수천 년이 지나도 하느님께서 한 번 하신 약속은 성취되며, 이 신탁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요.


   오늘 복음에서도 역시 그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복음은 요셉을 위해서 쓰여진 내용이 아닙니다. 복음에는 요셉이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의심을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와 같이  믿음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여진 것이지요.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잉태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복음은 과연 ??믿음??이란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요셉이라는 인물을 설정하여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고자 한 것이지요. 나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이 아니라 나를 떠나서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요셉은 약혼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남몰래 파혼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마리아의 그 정황을 인간적으로 어떻게 믿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또 그 과정에서 얼마나 고민이 되었을지는 불을 보듯 알 수 있지요.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던 요셉이 고뇌하고 심사숙고하여 내린 인간적인 결론이 파혼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적인 모든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파혼을 결정한 요셉에게 주님의 천사가 나타납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마태1,20)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임을 전해들은 요셉은 자신의 생각과 지식,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을 모두 접고 이 엄청난 사건을 받아들입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는 그 한 마디가 그를 사로잡은 것이지요. 이것이 믿음입니다. 내가 이해하고 예측하고 판단한 대로만 하느님을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마리아도 처음에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1,34)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루카1,35)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

   이것이 믿음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어도 하느님의 뜻에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믿음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저는 죽어도 못합니다.??

   마리아가 이렇게 거절했다면 이 세상에 구세주는 오실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요셉이 ??아이고, 그것을 어떻게 믿으라고… 파혼하는 것만도 다행인줄 아십시오.??하였다면 이 세상에 구세주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당시 이스라엘에서 아버지라는 보호막이 없이 아기 예수는 살아갈 수도 활동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객관적인 논리나 인간적인 지식은 하느님께로 가기 위한 기초일 뿐입니다. 그것으로 끝까지 갈 수는 없지요. 남녀 간의 사랑을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남녀 간에 사랑이 시작되면 뭔가를 주고받으며 확인하고 이해하고 싶어합니다. 처음에는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지요. 선물을 주고받으며, 또 시간을 내어 함께 하면서 사랑을 확인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애정을 나누는 일차원적인 사랑입니다. 그러다가 그 사랑이 깊어져서 수십 년을 함께 하는 부부가 되면 이제는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믿고 표현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가 있지요. 사랑이 깊어진 것입니다.

   믿음도 이와 똑같습니다. 우리는 교리를 배우고 성경을 공부하고 기도하는 법을 익히면서 믿음을 키워갑니다. 눈으로 확인해가며 이해하고 싶어하지요. 그러나 어느 순간이 되면 그런 것에 머물러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치 함께 오래 산 부부가 이심전심으로 통하듯이 마음으로 함께 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 단계가 되어야 하느님을 만나고 또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깊은 사랑을 이룰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시대를 사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눈에 보이는 것에 치중하고 이해 관계가 성립되어야지만 그 관계가 유지되는 참으로 안타까운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계산이 앞서지요. 유산이 얼마나 상속될 것인가를 따져가며 부모를 봉양하려하고, 형제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나에게 오는 득과 실을 계산하기에 바쁩니다. 그 못된 버릇은 심지어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로 나아가지 못하고 믿음으로 가지 못하는 불신의 원인이지요.

   그래서 이 세상이 이렇게 난장판이 된 것입니다. 부모도 형제도 이웃도 믿지 못하고 오직 돈만을 믿기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을 움켜쥐려는 사람들로 세상은 온통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오늘 요셉과 마리아의 믿음은 참으로 필요하고도 절실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탄생 사건은 우리의 믿음이 어떻게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바로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이시고 우리의 구원자이십니다. 그 분을 만날 수 있는 길이 오늘 복음에 잘 드러나 있지요.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일러준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으며,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하며 자신의 전 존재를 하느님께 봉헌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요셉과 마리아의 믿음, 이것이 오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계산하고 따지기를 좋아하지요. 너무 따지지 마십시오. 하느님의 사랑에 투신하시기를 바랍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보여준 대로 온전히 주님을 따르는 믿음을 가질 때 주님을 만날 수 있음을 기억하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성탄을 며칠 앞둔 우리의 바른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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