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최옥-
당신이 아프거나 절망할 때
내가 쏟았던 눈물을 당신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삶의 모퉁이를 돌때마다
그 눈물속에 나를 담궈본다는사실
또한 당신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사랑한 시간보다
미워한 시간이 더 많았다는 거
사랑한 마음 한번으로
열번백번 미워한 마음 지웠다는 거
괴롭고 슬픈날위에 기쁘고 즐거웁던
기억 얹으며 조용히 견뎠다는 거
당신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당신이 날 쓸쓸하게 할 때면
내 마음 깊은 우편함에
눈물로 봉한 편지 하나 띄웠다는 거
바람부는 거리에서 커피한잔 뽑으며
가끔은 나도 이별을 생각했다는 거
당신은 모르겠지만
삶의 끝에서 마지막 부를 이름..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 <우리 집 아들 산이>
산이에게 감동먹었다.
요즘 우리집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여느 가정집 같지 않고 아예 도서관이라는 분위기가 맞을 정도로
살림 도구들은 별로 없고 책만 잔뜩(먼지만 많이 낀 그런 책들)
쌓여있을 뿐더러
책상 두 개에 컴퓨터 도합 3대에 책장만 나열된
무미건조하게 생긴 집 구조에
대학원생 둘이 매일 눈이 빨갛도록 책만 보고 살면서
밥때 되면 눈치없거나 뻔뻔하게 옆 동에 사시는 어머니 집으로 달려가고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 말년인 산이와 강이의 생활에는
도통 무관심해서
산이 친구엄마에게 공부하는거 신경 좀 써주라는 조언을 들으면서 사니
아이들이 요즘 뭘 생각하고 사는지도 잘 모를 정도가 되고 말았다.
엄청 미안해 하면서도 마음만 있을 뿐이어서 눈치가 보이던 차에
어젯밤에는 엄청 착한 아빠의 탈을 쓰고 잠자리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자리에서 들은 산이의 이야기에
이 아빠는 감동을 먹고 말았다.
산이와 강이는 엄청 착하다느니,
너희들 때문에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아느냐느니,
바빠서 못 놀아주지만 사실은 마음은 엄청 많이 갖고 있다느니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면서 칭찬에 열을 올리고 나서
요즘 생각 나는 일이 뭐 있냐고 물으니 산이가 말한다.
한달쯤 전에 아침 등교 시간에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어느 꼬마 아이가 집을 못찾고 헤매고 있는 것이 보이더란다.
그래서 집이 어디냐고 물으니 우리 옆동을 말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가야할 시간이긴 하지만
끝나고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가느라고 학교에 지각을 했다는 것이다.
지각했다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으면서도
자세한 설명을 굳이 하지는 않았는데
잠시 후에 그 꼬마 아이의 어머니가 학교로 전화를 해서
담임 선생님에게 산이가 1반이 맞냐고 물으며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고맙다고 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웃으시며 산이에게 꼬마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느라 늦었으면
말을 하지 왜 안했냐고 묻기에
'그래도 지각은 잘못이잖아요'라고 대답을 했더니
선생님이 '아이고 귀여운 녀석'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남이 들으면 별 일 아닌 듯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빠의 마음에는 엄청난 감동이 온 것이다.
급한 와중에도 어려운 지경에 있는 꼬마 아이의 입장을 배려해서
집에까지 데려다 주었다는 것도 좋았지만
잘한 일 그것을 빌미로 자신을 변증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
감동을 준 것이다.
내가 담임 선생님이라도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
기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기뻤던 것은 부모는 각기 자기 일에 바쁘기도 했거니와
일일이 다 말해 주는 것이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이런저런 설명이나 행동지침을 따로 주지도 않았는데
꼭 필요한 일을 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 준다는 것에는 내 것이 비게 되거나,
더 채울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의미도 있는 것인데,
그것을 넘어선 것이기에 참 좋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엄청 추운 겨울날 밤 신도림역에서 버스 막차를 기다리다가
어느 취객이 길에서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선 갑자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개봉동까지 아주 힘겹게 데려다 준 일이 있었다.
물어물어 그 추운 겨울날에 땀에 젖어가며 막상 데려다 주었더니
그 가족이 술을 같이 먹은 친구인줄 알고 엄청 욕을 해대는 바람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가리봉동까지 밤새도록 떨며 걸어간 기억이 있다.
그날 이후로 취객을 보아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된 것이
사실인 나로서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찔릴 수밖에 없었다.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비겁함과
현실을 몰라서일 수도 있다 하더라도
나서서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보인 아이의 모습이 대비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 주는 작은 일을 하면서도 결과나
그 이후의 일까지 생각하는 얕은 나로서는 훌륭한 교사를 만난 셈이다.
하느님이 우리 가정에 참 좋은 미래를 허락하셨다는 생각에
밤새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 <엄마의 비애>
어젯밤 엄마와 함께 TV를 보던 중
성형수술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갑자기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10개월 동안 고생 고생해서 낳은 자식이
저렇게 못생기면 얼마나 속상할까?"
그러자 엄마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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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맘을 알겠니?"
"자신의 몸을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움츠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지금 속고 있음을 알아차려라.
지금까지 자신의 눈이 아니라
어떤 근거인지도 모르는 기준으로,
양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남들의 조건으로
자신을 보았기 때문에
사랑해야 할 몸을 구박했음을 인정해라.
세상의 그 어떤 존재도
다른 존재의 모델이 될 수 없고
우위에 있을 수 없다(홍신자, 무엇이든...)."
어제 눈에 많이 왔는 모양이네요.
부산에는 어제 잠시, 약 10분 정도
서뜨끄리 오는가 싶더니
이내 그쳐 버립디다.
그래도 그게
첫눈이라고 좋아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