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한 신부님이 눈병에 걸려 안과에 갔습니다. 의사는 신부님을 진찰하고는 “신부님! 이것은 약을 먹는 것보다는 연꽃 향기를 눈에 쏘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면 곧 나을 것입니다.”하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성당으로 돌아온 신부님은 성당 옆에 있던 연못으로 가서 연꽃 봉오리에 눈을 댄 채 향기를 쏘였습니다. 그런데 연꽃이 바람에 흔들려 눈을 맞추기 힘들어서 연대를 붙잡아 눈에 댔죠. 그때 연못을 돌보던 한 어르신이 신부님을 향해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야, 이 도둑놈아!” 신부님은 깜짝 놀랐지만 차분하게 어르신에게 말했습니다. “영감님, 왜 저더러 도둑놈이라고 하십니까? 연꽃을 꺾은 것도 아닌데요.” 그러나 그 어르신은 계속해서 신부님에게 “나쁜 놈!, 도둑놈 이라며 화를 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도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한 남자가 연못으로 가까이 오더니 연꽃 줄기를 뚝뚝 잘라서 한 다발이나 가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어르신은 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멀거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신부님은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아니, 어르신! 저는 연꽃을 꺽지도 않고 향기만 조금 맡았을 뿐인데도 도둑이라고 소리소리 치시더니만, 저 사람은 연꽃을 저렇게 다발로 꺾어 가는데도 그에게는 왜 아무 말씀도 안하십니까?” 그러자 영감님이 대답했다. “너는 신부잖아!” 한상현 편, 『현자들의 철학우화』, 이가출판사, 2001, p16-17 오늘 복음을 묵상하는데 문득 옛날 읽은 신부와 연못지기에 관한 우화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하느님의 사람, “그리스도인”이라는 새로운 모습을 받았죠. 그리고 어떤 이는 - 신부나 선교사들이라고 예를 들어도 되고 - 세례자 요한처럼 복음을 지금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하느님 나라를 지키는 세례자 요한 보다 더 큰 사람일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저는 능주 공소라는 작은 신설 공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신설되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직 건물도 없어서 길가의 1층 가게자리를 월세로 빌려 임시로 성당과 잠자리를 마련해서 작은 공소를 시작하고 있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작은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간혹 누군가 문을 살짝 밀어봅니다. 열려 있는 지 안 열려 있는 지 확인해 보는 것이죠. 그러다 열려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아이고, 신경 쓰지 마세요. 나 그냥 잠시 앉아서 기도하고 갈랍니다.”하고는 감실 앞에 앉아서 한참을 조용히 기도하고는 가시는 분들이 있죠. 교회를 지키고, 공동체를 지키고, 가정을 지키는 이들이 그들이 아닌가합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하느님 앞에 앉아 있는 그분들이 하느님 나라의 가장 작은 이. 그러나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하느님의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 하루 그 작은이들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주님, 당신 나라의 큰 사람들을 저희에게 보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저희가 겸손을 배우게 하소서. 아멘.” |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자라도 그 보다 크다 - 이회진 신부님
2006. 12. 14. 오전 9: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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