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에 물들어버립니다 - 조성호 신부님

2006. 12. 14. 오전 9:40:47

글자

다해 대림 제 2 주간 수요일.

2006. 12. 13.

토평동.

이사 40, 25-31.

마태 11, 28-30.

어제 수험생들을 데리고 롯데월드에 다녀왔습니다. 평일이고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아서 많이 탈 수 있겠다 싶었는데, 보란듯이 수많은 인파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타고 싶은 것은 여지없이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할 만큼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기다렸다가 탔는데, 두 번째부터는 굳이~라는 생각에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긴 시간(2시간 정도)을 기다리다가 기어이 탔습니다.

‘그래, 타고 싶다면 못 기다릴 이유가 없겠지.’ 그렇습니다. 하고 싶고, 타고 싶다면 하지 않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간절히 원하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까짓 기다림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죠. 저는 굳이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그랬던 것입니다.(돈 내고 들어온 것이 아까웠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가고자 하는 하늘나라도 역시 너무나 가고 싶어야 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도 너무 가고 싶은 곳, 너무나 밟고 싶은 곳이 하늘나라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이 하늘나라이기도 하죠. 우리는 주님을 믿으면서 자유이용권을 끊었습니다. 다 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그러나 다 타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꼭 해야 하는 것을 하고, 그것을 하기까지 긴 기다림이 있어도 결국 얻으면 되는 것을. 그리 살다보면, 더 큰 것을 주신다는 것이 주님의 가르침 아니겠습니까?

주님께서는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우라”(마태 11, 29)고 하십니다. 주님을 따르는데 있어 아무런 시련 없이, 고생 없이 세상이 말하는 평화를 누리기만 바라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멍에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멍에를 기꺼이 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우리의 주님은 친히 그 멍에를 메고 우리보다 앞서 가십니다. 그리고 배우랍니다.

주님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그분께서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 배워야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분이 어떤 삶을 사는지 배우는 것입니다. 얼마나 행복합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배우니 말입니다.

중고등부 학생 홈피에 가니 사랑에 대해 이런 글이 써 있었습니다.

“닮는다.

닮아버린다.

느낌도 없이 애쓰지도 않았는데

그냥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은 닮는 것입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사랑하기에 물들어버립니다. 사랑하기에 어느새 내가 그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을 사랑한다면 그분을 닮아갑니다. 닮아가야지 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에 닮아가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 닮음에 대해서 오늘 온유와 겸손이라 칭하십니다. 그러니 주님을 닮은 나를 발견하고 싶다면, 온유와 겸손을 찾으면 됩니다. 내게 멍에와 짐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의 온유와 겸손이 나의 멍에와 짐을 편하고 가볍게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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