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중 니가 왠일이냐?"
"아니 아버지 왠일은 뭐가 왠일이래유 지금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길인데.."
"글쎄 말여 니가 왜 여기를 오느냐구"
"그럼 지가 여기 안오면 어디로 가나요?"
"느이 집에 가서 애비 밥 안하고 여기를 뭣 타고 온겨? 기차타고 왔남"
"여기가 어딘데유?"
"여기 예산이잖여?"
저는 "아차" 그여히 우리에게도 올것이 온것인가 싶어 어버지를 붙들고 이것저것 계속
여쭤 보았답니다.
"지가 누구유?"
"김덕중이지".
"김덕중이가 아버지하고 어떻게 되지유?"
"우리 큰 아들하고 같이살지 아마."
"아버지 아들하고 같이 사는 김덕중이는 아버지하고 어떤 사이래유?"
"글쎄...(고개를 한참 갸우뚱) 모르겄다"
요 며칠동안 진지를 잘 못드신다 했더니 노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맞는가.
기력이 떨어져서 잠깐 혼미가 오신것 같았다.
푹 주무시고 일어나시면 괜찮으실지도 모른다 는
희망 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눕혀 드리고
오늘밤은 방에들어가 잘수 없겠구나 싶어서 거실에다 자리를 펴고 누웠답니다.
그러데 아버지는 5분마다 화장실에 가시겠다며 나오시더니
"나 변소에좀 갔다 올께요."
"네 그러세요"
또 5분 있다가 나오시며 아주 애교스럽게
"나 한번만 더 변소에 갔다가 올랍니다."
하시며 나오시길래 저도 장난끼가 동하여서 아버지 목소리 톤 하고 똑 같이
"아니 금방다녀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한번만 더 갔다 올께요"
"그럼 그러세요 그리고 인제 꼭 주무셔야 돼요 아셨죠"
" 예 고맙습니다"
드나드실때 마다 깍듯한 인사와 함께 열번도 넘게 드나드시는데
천진스런 그 얼굴이 얼마나 이쁘던지요...
치매에도 이쁜 치매가 있다더니 평소에 그렇게 얌전하시고 체면을 차리시던 분이라서 그런
가 . 오랜만에 시아버님의 이쁜 치매현상 때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뵈니 아주 말짱한 모습으로 앉아 계시길래,
"아버지 지가 누구유?"
"뭐? 니가 누구라니 니가 내 며느리 잖여. 참 별일을 다 보것네"
하시며 아주 가당찮아 하시데요.
모든 노인들이 건강하게 사시다가 가시길 원하지만 행여 기왕에 치매가 오려거든 저렇게 이쁜치매라도 온다면 자손들에게 구박 안받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