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2009. 4. 16. 오후 4:14:22

글자

 


    
                     벚꽃.

                       
                        가슴 벅차게 다가서는 봄, 
                        그 그리움의 끝에서는
                        모두들 마음 속에 간직한 꿈들이                  
                        고운 꽃으로 피어나는 것 같다. 
                        매화 향기는 이미 하늘에 올라 보이지 않고
                        목련이 진 자리에는 벌써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작은 꽃들의 웃음이 화사하다.                                            
                        한산하게 여백을 두며 피어나는 매화와는 달리
                        가느다란 가지를 빈 틈 없이 채우고 있는 꽃이다.
                        다시는 꽃 피우지 않을 것 같은 기세다.  

                        그 벚나무 한 그루에 핀
                        꽃만으로도 신기하게 온 세상이 환하다.                        
                        이 평화로운 봄에 
                        향기 품고 싶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마는  
                        벚꽃은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었는지                                                                         
                        그 속에 제 마음의 향기를 담기도 전에                         
                        개나리처럼 한꺼번에 정신없이 다 피었다. 
                        들길 한쪽에서 지고나면 다른 곳에서 또 피어나는
                        개화 기간이 긴 들꽃과는 아주 다른 것 같다.                                                                 
                        그러나 힘들게 피어난 꽃에게서
                        그 향기까지 찾는다는 것은 
                        오히려 잔인한 일이고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 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발길이 뜸한 거리를 
                        가로등처럼 밝히고 있는 벚꽃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꽃이 되어가는 것 같다. 
                        조심스럽게 흔들리는 바람에                       
                        꽃잎들은 기다렸다는 듯 하얀 눈처럼 춤추며 떨어지고
                        봄햇살 피한 그림자들이 그 꽃잎으로 물든다.
                        아직 한창 피어 뽐내야 할 벚꽃인데 지고 있다.  
                        花無十日紅 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혹, 꽃 피면서 부터 이미 지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덧없이 지나가는 세월이라지만
                        어찌 그리 쉽게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참 특이한 꽃이다.
                        그 겨울을 꽃에 대한 집념 하나로 견디어 내고서
                        꽃을 피우고 나서는 아무런 애착도 없이 떠나가니 말이다.
                        가슴 한가운데가 싸하다.                        

                        세상사 
                        잃으면 얻는 것이 있고
                        얻으면 잃는 것이 있다고들 하는데
                        벚꽃은 그윽한 향기를 잃은 대신
                        그 지는 모습에 서러움이 아닌 아름다움을 얻은 것 같다. 
                        지는 꽃이 아름답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지금까지 벚꽃 말고는 그러한 꽃을 본 적이 없다.                   
                        벚꽃에게는 지는 일도 꽃 피우는 일처럼 기쁜 일인가 보다.                                     
                        온통 하얀 빛 범벅인 벚꽃 아래에 서 있으니 
                        하늘거리는 봄바람에 꽃잎이 하염없이 날린다.                       
                        내 마음도 속절없이 그 꽃따라 하늘에 날리고.....
                        나무마다 연둣빛이 차오르는,
                        봄이 꽃 속으로 깊숙이 치닫고 있는 날이다. 
      
            
                           이상원이레네오.

댓글 4

  • 2009년 4월 17일 오전 8:47

    벚꽃이 여기저기 만발한 것을 보니 이제 완연한 봄 입니다. 우리나라 벚나무 꽃인데 마치 일본 꽃처럼 느끼게 되지요 저도 국민 학생일때 창경원에 엄마와 사쿠라 꽃구경 갔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벚꽃은 봄소식을 알리며 피는 꽃이지만 그향기로 우리를 유혹하여 벚꽃구경 가고파 몸살이 나기도 하지요 어떤 사람은 일본으로도 꽃구경 간다고 하더군요/ 항상 좋은글에 감사합니다.

  • 2009년 4월 17일 오후 4:30

    지난 월요일, 오랜만에 20여년 전에 함께 일했던 분들과의 만남을 석촌호수 주변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호수 주변에 많은 봄꽃들이 있었지만 새하얀 벛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매년 새하얗게 피어 소리없이 하늘을 날리어 저에게 다가오는 벗꽃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감사합니다.

  • 2009년 4월 17일 오후 5:14

    꽃잎이 피고지는 사월 온통 세상은 하얗고 노란 빛으로 옷을 갈아 입고 있네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 2009년 4월 18일 오후 9:29

    최정혜님,이영수님.이정란님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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