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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가슴 벅차게 다가서는 봄,
그 그리움의 끝에서는
모두들 마음 속에 간직한 꿈들이
고운 꽃으로 피어나는 것 같다.
매화 향기는 이미 하늘에 올라 보이지 않고
목련이 진 자리에는 벌써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작은 꽃들의 웃음이 화사하다.
한산하게 여백을 두며 피어나는 매화와는 달리
가느다란 가지를 빈 틈 없이 채우고 있는 꽃이다.
다시는 꽃 피우지 않을 것 같은 기세다.
그 벚나무 한 그루에 핀
꽃만으로도 신기하게 온 세상이 환하다.
이 평화로운 봄에
향기 품고 싶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마는
벚꽃은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었는지
그 속에 제 마음의 향기를 담기도 전에
개나리처럼 한꺼번에 정신없이 다 피었다.
들길 한쪽에서 지고나면 다른 곳에서 또 피어나는
개화 기간이 긴 들꽃과는 아주 다른 것 같다.
그러나 힘들게 피어난 꽃에게서
그 향기까지 찾는다는 것은
오히려 잔인한 일이고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 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발길이 뜸한 거리를
가로등처럼 밝히고 있는 벚꽃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꽃이 되어가는 것 같다.
조심스럽게 흔들리는 바람에
꽃잎들은 기다렸다는 듯 하얀 눈처럼 춤추며 떨어지고
봄햇살 피한 그림자들이 그 꽃잎으로 물든다.
아직 한창 피어 뽐내야 할 벚꽃인데 지고 있다.
花無十日紅 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혹, 꽃 피면서 부터 이미 지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덧없이 지나가는 세월이라지만
어찌 그리 쉽게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참 특이한 꽃이다.
그 겨울을 꽃에 대한 집념 하나로 견디어 내고서
꽃을 피우고 나서는 아무런 애착도 없이 떠나가니 말이다.
가슴 한가운데가 싸하다.
세상사
잃으면 얻는 것이 있고
얻으면 잃는 것이 있다고들 하는데
벚꽃은 그윽한 향기를 잃은 대신
그 지는 모습에 서러움이 아닌 아름다움을 얻은 것 같다.
지는 꽃이 아름답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지금까지 벚꽃 말고는 그러한 꽃을 본 적이 없다.
벚꽃에게는 지는 일도 꽃 피우는 일처럼 기쁜 일인가 보다.
온통 하얀 빛 범벅인 벚꽃 아래에 서 있으니
하늘거리는 봄바람에 꽃잎이 하염없이 날린다.
내 마음도 속절없이 그 꽃따라 하늘에 날리고.....
나무마다 연둣빛이 차오르는,
봄이 꽃 속으로 깊숙이 치닫고 있는 날이다.
이상원이레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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