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1999. 11. 10. 오후 6:27:27

글자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군요..

낮에는 따땃~~하니 봄날씨 같더니만 지금은 또 디게 춥습니다.

맨날 이 동네는 저주 받았다구 외치는 우리과 형님의 말이 맞는거 같네여...하하~~

이제 이학기두 얼마 남지 않았네여..

삼주 정도 있음 셤일테니깐...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닥쳐오는 셤이 있죠. 바로 수능임다.

올해 레지오 사람들 중에서두 수능 다시 보시는 분들이 꽤 계신거 같던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부디 원하는 학교에 꼭 들어가십쇼.

 

그리구 우리 지금 열나게 도서관에서 공부하구 있을 우리 학교 동기녀석들..

우영이하구 기군이, 성민이...

고등학교때 맨날 붙어 다닌 친구라는 넘이 전화두 함 안해주구 미안하다...

그래두 니넨 내 맘알쥐?

글구 종구하구 희진아...수능이 얼마남지 않았다. 예의상 일주일은 공부해줘야지? 안그래?

 

요즘 날이 추워지구 나니깐 혜화동에 올때마다 고등학교때 생각이 납니다.

점심시간엔 왜 그리 먼 회합실까지 가서 모여서 밥을 먹었는지..

야자끝나구 괜히 우리끼리 폼잡는다구 소주하구 맥주 사들고 서울대가서 밤늦게까지 마시구.. 가끔 친구넘이 족발두 가지구오구..

뭐 좋은거라구 야자 쉬는시간에 운동장구석에 가서 담배르 펴댔는지... (그래두 생각해보면 그때 숨어서 피는 담배가 젤루 맛있었던거 같아여..)

그땐  세상에서 우리가 젤루 고생하는 넘들인지 알았는데...헤헤..

그래두 그시절엔 밤늦게까지 서로 얘기들어줄 친구라두 있었죠..정말 그때가 그립네여..

요즘에 비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힘들어두, 밤 늦게까지 앉아있는게 지겨워두 서로 맘을 나눌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학교에 가는게 즐거웠던 시절이었죠.

친구 도시락을 몰래 까먹어두 오히려 나 먹으라구 모두 내줄수 있었던 친구들..

아이스크림 하나조차 일곱여덟명이 나누어먹던...

지금은 그 친구들이 모두 힘들어하는거 같습니다.

학업문제..진로문제..그리고 군대 문제..

정말 제 친구들은 행복했음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들도 속으로 내 행복을 빌어주고 있을겝니다.

 

 

갑자기 날이 추워지니깐 친구들 생각이 났네여.. 그래서 이렇게 몇자 적어봤습니다.

이제 나가서 애들한테 전화라두 한번씩 해줘야겠네여..내가 힘들때 친구들이 내 얘길 들어줬던것처럼, 이제는 제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차례인것 같습니다.

그만 나가봐야겠습니다. 핸드폰비가 암만 많이나와두 오늘은 별로 아까울거같지가 않네여..

 

p.s 동건아. 천지간에 사람하나 아프고 안아프고 티가 나겠느냐만은 너 만은 꼭 나았음 좋겠다. 글구 넌 원래 건강했던 넘이니까 꼭 나을꺼야. 너두 용기잃지말구 꾸준히 치료받구.. 너 다 나으면 우리 애들모아서 다시한번 서울대에 가자. 모닥불피워놓구 군고구마 구워 먹어야지. 그 한때 충무로에서 잘 나갔던 수위아저씨두 만나야되잖어...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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