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끝

1999. 4. 20. 오후 6:13:14

5
글자
유년의 끝 흙 먼지 자욱한 차길을 건너 숨가쁘게 언덕길을 올라가면 단추공장이 보이는 아카시아 그늘 아래에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멍가게 옆 복개천 공사장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전부였던 시절, 뿌연 매연 사이로 보이는 세상을 우리는 가슴 두근거리며 동경했었다. 이제 타협과 길들여짐에 대한 약속을 통행세로 내고 나는 세계의 문을 지나왔다. 그리고 너는,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문의 저편, 내 유년의 끝 저편에 남아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온다는 사실은 저에게 설레임과 기대감을 갖게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게 더이상의 설레임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죽고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수험생의 길 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친구조차 친구로 여길수 없는 암담한 세계였습니다. 어제 수학 시험에서 백지를 냈습니다. 친구들이 F한명 깔렸다고 농담을 하더군요. 그리고 전공시험에서 거의 완벽한 답안지를 내고 난후, 친구가 백지를 내다시피했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전 제 친구들이 한 얘기가 그저 농담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똑같이 느낄수 밖에 없는 나 자신에 대해 혐오감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 유년의 끝에 남아있는 또다른 나를 찾되찾고 싶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열린 마당, 열린 마음, 열린 우리..그리고..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