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한편을 소개합니다.
제목은 '파격'(破格).
시대배경은 1830년대와 1840년대에 일어난 한국 교회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흐름은 마치 거대한 강물처럼, 때로는 평탄하게 때로는 거센 소용돌이를 치며 흘러간다.
소용돌이 치는 물결, 그것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이다.
역사의 현장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이들은 기존의 사회체제와 정치체제, 그리고 가치관을 거부한다.
따라서 그들의 사고와 행동은 파격적일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질서에 파격적인 소용돌이를 일으킨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의 거친 저항에 의해 희생을 치르게 된다.
피를 부르는 희생에 의해 역사는 변화한다.
한국사에서 중요한 변화는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오래전부터 이미 이 땅에는 신분 차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신분제도의 철폐를 생각하고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조선과 청국을 드나들면서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조선이 변화해야 함을 인식한 역관과 상인, 그리고 그들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들이 갈구한 당시의 변화란 뿌리 깊은 신분제도의 종식이며,
그러기 위해 그들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천주교 신자들은 이미 그들 공동체 안에서 신분제도를 철폐하고 '평등'을 실현하고 있었다.
권력층에서는 평등이 반상의 분별을 원칙으로 하는 조선의 건국이념인 유학과 배치되는 점을 주목하여,
대대적으로 천주교 박해를 일으켜 많은 신자를 죽였다.
이 글은 신분제도의 철폐만이 조선 백성들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그 신념을 실현하려고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인 '파격'의 '격'은 당시의 신분제도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세상의 변화를 파악하고 변화를 수용하려는 사람들과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막으려는 세력 사이에서 드러나는 마찰,
그리고 인간 관계에서 빚어지는 사랑과 갈등이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룬다.'
(작가의 머리말에서)
역사문학이며 종교문학인 이 소설의 시대배경인 1830-40년대는
기해박해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순교가 있었던 시기입니다.
중국을 오가는 동지사 일행중의 역관과 상인의 눈을 통해 급변하는 중국과 조선, 천주교를 바라봅니다.
작가 임금자는 '식상한 호교론을 거부하고 동양사회에서 그리스도교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동양철학을 전공한 수녀로서, 매우 건강한 인간상을 그려내면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조광)
소설에서 역관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전체성과 객관성은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거리와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도리어 깊은 이해와 공감으로 이끄는바,
700여쪽의 장편소설임에도 쉬지 않고 읽게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구원에 대한 깊은 갈망을 궁구하는 소설입니다.
임금자 장편소설
다섯수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