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대한 원칙을 결국 무너뜨렸다. 이번 8월14일의 7차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에 가장 중요한 중단 책임 인정과 피해 보상 그리고 우리 측이 요구한 국제 간 약속 수준의 재발방지 방안과 그 보장에 대한 문제에서 6차회담까지 그랬듯이 7차에서도 진전이 없음에도 적당히 타협해 버렸다.
개성공단 중단사태는 4월3일 북한 정권의 일방적인 통행제한과 북한근로자 철수 조치로 발생했고 정부는 133일 만에 이번의 7차 실무회담에서 재발방지책 및 발전적 정상화 방안 등을 담은 5개항의 합의서를 채택했다고 하지만 북한이 또 중단시켜도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다시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도 좌파들이 장악한 국내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향후 남북관계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본질과 생태적 한계 그리고 정권 존속을 위한 교활한 대남정책 전략과 전술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이 볼 때는 개성공단 사태의 재발방지와 발전적 정상화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그 때문에 그들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비롯한 대북경협 사업의 최대 장애인 '신뢰(信賴)' 문제가 해결돼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재발방지 방안과 보장을 요구해온 박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국민 절반이 넘는 그 같은 여론과 지지를 저버리고 소수의 좌파들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
북한 정권이 적화통일정책을 고수하며 핵과 미사일 그리고 사이버 태러 등으로 위협하면서 남남갈등 조성에 혈안인 상황에서는 절대로 남북경협사업을 하면 안 되고 더구나 도발 원점과 지휘세력까지 철저하게 몇 배로 보복 응징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수많은 근로자들이 인질이 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할 필요가 있다면 개성공단 중단사태를 일으킨 북한 정권의 고위 인사가 책임을 인정한 다음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우리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공단을 중단시킨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보편적인 국제 간의 신뢰 기준의 약속을 받아야 하고 그것은 공단 중단에 따른 우리 측의 직 간접적 피해 일체의 배상과 함께 김정은의 유감 표명과 약속이다.
그런데 이번의 합의서 5개항에 책임 인정 관련하여 그 주체를 '북한'이 아닌 '남과 북'으로 명시했다. 엉뚱하게도 중단할 이유가 0%도 없는 우리 측을 중단책임 당사자로 한 것이다.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손해를 배상한다는 표현도 없고 북한의 누구도 사과한다는 내용도 없다. 처음부터 남북 공동책임이라고 주장해 온 북한의 뜻대로 개성공단 중단으로 남북이 똑 같이 피해를 입었으니 앞으로는 서로 잘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러한 합의문은 이번처럼 북한이 언제던지 또 중단할 수 있고 중단 핑계는 얼마던지 있다. 북한은 항상 그랬듯이 먼저 잘못을 저질러 놓은 후 남과 북이 중단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 해놓고서 왜 위반했느냐며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도발하고 우리 군이 보복 응징할 경우 우리 근로자들과 기업들이 인질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이다.
정부는 또 '외국기업 유치 적극 장려' '노무, 세무, 임금, 보험 등 관련 제도의 국제적 수준 발전' '공동 해외투자설명회 추진' 등에 합의했다며 개성공단 국제화를 자랑하고 있는데 그것도 우스운 일이다.
국제화의 가장 큰 문제는 상호 분쟁(紛爭)에 대한 해결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중단사태에 대하여 이번과 같이 애매하게 해결하는 선례를 만들어 놓으면 어떤 나라가 마음 놓고 투지하겠는가? 다른 나라들은 우리 나라 입장과 다르기 때문에 오직 이익을 바라고 투자하는데 그들이 납득하겠는가?
그래서 박 대통령의 이번 합의문은 북한 정권이 바라는대로 끌려가 평소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실패작이라고 하는 것이다. 단언하지만 앞으로 정부가 개성공단 국제화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면 김정은은 견디지 못하고 또 사고 칠 것이다. 그때 박 대통령은 북한에게 그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는가?
박 대통령의 원칙이 이러한 것이라면 과연 북한을 해방시키고 자유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친북 종북세력들이 장악한 언론매체들이 교묘하게 왜곡 선전선동하며 방해할 것이고 민주당과 야권 시민단체들이 그에 적극 호응할 것이 뻔하니 말이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실망한 것이 그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