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교수의 위험한 이념관

2010. 7. 5. 오전 11:16:58

글자

조선일보 7월1일 자에 서울대 윤영관 교수의 “이념 과잉의 시대를 개탄한다”는 제목의 아침논단이 있었다. “ 미국과 중국을 함께 품고 북한을 원칙 있게 포용하자는 필자가 보수인가? 진보인가?”라는 윤교수의 글은 아래와 같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회주의는 원래 좋은 이념이었다. 그러나 그 이념을 실현하겠다고 혁명까지 했지만 해놓고 보니 결과는 참담했다. 경제는 망가지고 독재자들의 손에 수천만의 무고한 인민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 함께 못살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평등해졌으나 그런 평등은 애당초 바란 평등이 아니었다.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모든 동구권 국가들이 사회주의를 버렸을 때 세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승리했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방종으로 흐르면 파국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인간이 만든 모든 이념은 완벽하지 않다. 그 완벽하지 않은 이념을 지나치게 지고의 선(善)으로 간주하고 숭배할 때 그 사회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심지어 월(Wall)가의 성공적인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도 시장 메커니즘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준다는 맹신이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해왔다. 그의 스승인 저명한 사상가 '칼 포퍼'는 어떤 이념이든 이념에 대한 집착이 '열린 사회의 최대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이념 과잉이 위험수위를 치닫고 있다.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념 갈등이 격화되고 상호 간에 증오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차가운 논리로 당면 과제에 대해 구체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정작 실종되고 사회는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 논쟁은 과연 그렇게 목숨 걸고 싸울 정도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필자는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사회 영역의 권력이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상호 견제하는 메커니즘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대통령을 직접 뽑는 절차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권력분산과 상호견제가 제도화되지 않아 정경유착이 극심했고 경제부문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여 결국 IMF 위기를 겪었다. 그래서 국내정치 개혁이 필요한데 북한처럼 불안정한 이웃과 함께하는 상황에서 개혁에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외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렇다면 필자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북한 문제를 풀어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고 천안함을 공격하고 하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북한이 냉전 종결 이후 세계정세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그럴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세계사의 흐름에 제대로 적응하게 하는 해법은 결국 그들을 포용해서 국제사회로 끌어내고 외부와의 접촉의 폭을 넓혀 점진적으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포용은 하되 시장원리나 비핵화, 인권과 같은 세계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점진적으로 수용하도록 촉구 유도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포용'과 '원칙' 간의 조화와 균형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모색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필자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윤교수의 아침논단)

이상과 같은 윤교수의 주장은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다.
윤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죤스홉킨스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를 취득하고 노무현의 부름을 받아 2003년 3월1일부터 10개월간 외교통상부 장관을 하다가 다시 학교로 복귀한 사람이며 그의 프로필을 보면 화려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 그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이념 과잉의 시대를 개탄한다” 의 글은 나의 생각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 차이는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이 글을 올린다.

“이념 과잉의 시대를 개탄한다”는 말에 윤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요지가 다 들어 있다. 좌와 우가 첨예하게 싸우는 지금을 이념의 과잉시대로 정의했고 그런 과도한 이념투쟁이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미다. 윤교수는 사회주의도 나쁜 제도가 아니고 민주주의도 만능의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숭상하는 진보와 민주주의를 숭상하는 보수가 서로 자기네 정치철학이 옳다고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국가파괴에 혈안이 된 이 땅의 좌익들을 유럽식 사회주의 사람들과 뚝 같이 보는 시각' 

윤교수가 크게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우리 나라가 유럽 국가 중에 하나이고 윤교수도 유럽 사람이라면 그의 주장이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진보는 분배와 평등을 중시하는 유럽식 사회주의 정치철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반드시 점령하고 말겠다는 김정일 정권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사람들' 것이다.

그들은 자나 깨나 이 나라를 파괴하고 전복할 생각만 하고 민족의 정통성이 북한정권에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더러운 정권이라는 관념이 뼈에 사무쳐 있으며 미국 때문에, 맥아더 때문에 적화통일의 기회를 놓쳤다면서 미국을 증오하고 맥아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적색분자들이고 천안함 폭침행위를 미국과 현정부가 저질렀다고 억지를 쓰는 반골-반역의 무리들이다.

그런데 윤영관 교수는 국가를 무너뜨리려는 이 땅의 위험한 그런 암적 존재들을 유럽식 사회주의자들과 같은 사람들로 말하고 있다. 와이텐뉴스 등 좌파매체들이 문근영의 외조부 류낙진을 통일운동가로 미화하듯이 윤교수 역시 종북 좌익분자들을 유럽식 사회주의자들로 은근히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윤교수의 글은 황장엽씨 주장과 비슷하다.

윤교수는 사회주의 제도는 원래 훌륭한 것인데 운용을 잘못해서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황장엽씨가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은 훌륭한 것인데 김일성은 그것을 훌륭하게 운용했으나 김정일은 잘못 나쁘게 운용하여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것과 상통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두 개가 아니라 동전의 앞뒤를 형성하는 하나다. 정치와 경제 모두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운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독재가 들어설 여지가 없는 제도다. 민주주의란 공공의 선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아이디어도 시장에서 경쟁하고 상품도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 반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다 같이 정치와 경제를 능력 있는 소수에 의해 인위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제도다. 사람은 각기 능력과 재주가 다르므로 능력 있는 사람이 번 돈을 능력 없는 사람들과 똑같이 나누려면 능력 있는 소수가 행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아이디어들이 각축할 수 있는 공론화의 시장이 없고 상품들이 경쟁할 수 있는 시장도 없다.

여기에 스탈린-모택동식 독재와 김일성식 수령주의가 끼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주의-공산주의가 좋은가, 민주주의-시장경제 시스템이 좋은가를 놓고 이론적으로 비교할 때 논리가 있고 상식적인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좋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윤교수는 그런 논리를 부정하고 있다.

윤교수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의미를 혼돈 

윤교수는 민주주의 제도에도 문제가 많고 사회주의 제도 역시 문제가 많으니 어느 것을 일방적으로 좋다고 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양쪽의 장점을 절충해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두 가지 제도 중 어떤 것도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윤교수는 미국에서 장기간 지내면서도 미국사회의 수많은 연구기관들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책 개발, 리더십 개발, 시스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분석 학문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돼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에는 그들 분석가들이 매일 내놓는 수많은 제언들이 범람하면서 백가쟁명(百家爭鳴)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상식을 업그레이드 시키며 미국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그 연구결과와 지혜들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정치인들의 감각과 안목에 달려 있다. 훌륭한 안목을 가진 정치인은 국가를 발전시킬 것이고 그 반대의 정치가는 국가를 후퇴시킬 것이다. 그런 성격의 것인데도 윤교수는 미국이 일시적으로 겪은 시행착오 하나(금융위기)를 문제 삼아 민주주의 시장경제도 만능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만능은 아니다. 그 때문에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선택한 후에도 정책과 리더십과 시스템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키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미국은 그를 위해 매년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공산주의에서는 아이디어들이 백가쟁명할 수 있는 시장공간 자체가 없다. 그래서 사회주의-공산주의는 그것을 선택하는 그 순간부터 사회를 퇴보시키는 것이다. 윤교수의 아침논단은 이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댓글 3

  • 2010년 7월 7일 오후 4:29

    그래서 이 나라에는 장군이 한번더 나와야 됩니다. 개소리엔 몽둥이가 "약"이지요,,,

  • 2010년 7월 7일 오후 8:41

    옛 어른들이 말했듯이 '배 부르니까' 그러는 거지요. 그래서 너무나 한심스런 생각에 때로는 세계 10위권대의 경제성장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 2010년 7월 7일 오후 8:48

    문제는 대선이 불과 2년 앞에 다가 오는데 마땅한 확실한 우파후보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엔 지금 분위기가 그 때까지 계속될 것 같고 다시 좌파 정권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하긴 뭐 MB정권도 좌파정권과 다를 것 하나도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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