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보나벤뚜라 신부 홈페이지에서
[단상]---사제요 수도자의 폭행
|
|
[사제요 수도자의 폭력] 041205
자태가 어여쁜 소나무가 있어 손으로 만져봤다. ‘내 몸 건드리지 마세요.’
야국이 향기롭게 피어 있기에 잎에 입을 댔다. ‘함부로 입맞춤 하지 마세요.’
강아지 한 마리가 맴을 돌며 장난을 치고 있어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무안해지며 슬퍼졌다. 너희들은 내가 싫은 거니? ‘아뇨. 우리도 좋아요. 그치만 때에 따라 우리 기분도 좀 헤아리며 다가오면 좋겠어요.’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 노기리 산 7번지의 백아산 자락에 영성센터를 건립하려던 계획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오늘 기도 중에 참으로 부끄러운 체험을 했다.
단 한 번도 백아산에 물어보지 않았다 네 안에 들어가 집을 지어도 괜찮겠느냐고
소나무들에게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바위에게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거기 살고 있는 산새들에게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 계곡을 흐르는 물에게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골짜기를 타고 넘는 바람에게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가끔씩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떠나곤 했던 구름에게도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혹 우리가 너희들 속에 들어가 집을 짓더라도 폐가 되지 않고 괜찮겠느냐고
너무도 놀랍고 가당찮은 인간의 폭력이었다. 수도자요 사제란 놈이 저지르고 있는 폭력이니 더 가증스러웠다. 그리곤 참으로 부끄러웠다. 부끄럽다 못해 큰 아픔이 몰려들었다.
얼마나 내 중심으로 얼마나 인간 중심으로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며 다른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왔는지!
그러고 보면 조깅을 하면서도 한 번도 땅에게 밟고 뛰며 지나가도 괜찮겠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사제관에 안내를 받아 들어가 짐을 풀면서도 한 번도 들어가도 괜찮은지, 당분간 내가 좀 써도 괜찮은지, 방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
너무도 지독한 인간 중심의 폭행!
어찌 내 혼자, 인간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겠는가. 정말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면 천지자연의 순리와 순한 기운과 잘 어우러져야 하지 않겠는가. 땅에 묻고 하늘에 묻고 나무에 묻고 바람에 묻고 바위에 묻고 산새에 묻고 해와 달에 물으며 모두가 서로서로 합의하는 가운데 결론을 도출해 내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때 비로소 성령의 참된 기운과 생명이 자라나가지 않겠는가.
이는 그저 단순한 인간 중심의 환경보호론이나 생태학적 성찰이 아녔다. 훨씬 더 깊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통로였다.
경물(敬物)의 차원을 열어 보인 수운 선생과 해월 선생에게 큰 절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