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여-
하염없는 그리움이 마음을 온통 하얗게 또는 까맣게 의식을 헝클어놓습니다.
얼어버릴 수도 있는 추운 겨울 깊은 밤에 낮선 바람을 맞으며
결코 원하지 않았던,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깃든 지붕아레에
머물러 있습니다.
꿈이기를 바라고, 한낱 공상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여
그 마음이 더 쓰리고 아픕니다.
솔로몬 왕의 마지막 탄식이 귀에 들려오는 듯 합니다.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을 올곧게 만드셨지만
그들은 온갖 재주를 부려 죄를 짓는다.
하느님을 경외하고(죄짓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켜야하거늘
어느덧 날이 저물고 거리엔 어둠이 내려앉아 나의 발걸음을 잡아끕니다.
빛나던 햇살아래에서 춤을 추던 바람이 어두운 밤길을 성이 난듯 매섭기만 합니다.
본능적으로 움추려드는 삭신으로 흐려지는 감각은 의식마저 얼어붙게 만듭니다.
빨라지는 걸음들이 군데 군데 밝혀진 전기불빛을 휘감고 움켜쥐려고 애씁니다.
습관적으로 내닫는 성급한 마음은 몸뚱아리보다 앞서 달려가 사람들은 손에 손에
휴대폰을 들고 중얼거립니다.
조금씩 그리고 점점 더 멍청해지는 문화 속에서 잘난체 하는 같잖은 나를 봅니다.
안락한 생활의 안주하여 의식할 사이도 없이 퇴색되어 버린 순수한 감성들이
쇠붙이들에게 또는 지폐 종이쪽에 휘말려 떠밀려 빠져들고 있습니다.
때론 나태함으로, 때론 사치스러운 명예와 군중들의 환호속에서
혼돈은 혼돈이 아니라, 성공의 잣대로 스며들어 천사 같은 부드러운 유혹으로
인간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천사 같은 죄인을 탄생시킵니다.
우리는 모두 그 틀안에서 오히려 고마워하고 안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눈을 감고, 눈을 감고, 눈을 감으세요.
눈을 감고, 잠시만 쉬었다 가세요.
사랑하는 그대여!
주춤거리는 선한 그대의 행실이 멀리 아주 멀리 뒤쳐져 보이지 않지만
아주 잊어버리지는 말아주세요.
아름다운 악행이 아름답다는 허울에 가려져 헤여나올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고
말았다 한들, 그대의 본성을 찾아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야,
한 가닥 작은 줄이라도 찾아 더듬거리면서 회생할 수 있는 희망을 놓지 말아요.
작은 문틈으로 새어들어오는 한 줄기 빛살에도 부활의 작은 점 하나를 찾으세요.
한 점의 끄트머리를 잡고 가노라면 선으로, 선으로 이끌어 줄테니깐요.
사랑하는 그대여,
지난 과오을 떠올리거든 추억으로 간직하고 자책하지는 마세요.
그 추억마저도 하느님께서 그대를 위해 마련하였던 준비였음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그 사랑으로 진실된 하느님의 사랑을 갈망하세요.
그리운 그대여!
홀로 지새는 밤들이 외롭고 슬퍼도 울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때때로 그 아픔이 기쁨이 되고 신앙의 성화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슬픈 그대의 사랑이 상처투성이로 뒹굴고 있어도 절망하지는 말아요.
깊은 상처일수록 회생의 기쁨은 그 보다 더 클테니깐요.
죽을 것만 같았던 자책으로 숨어들다가도 홀연히 돌아서서 일어서는 진실 된
사랑의 힘을 믿으세요.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사랑하는 아들아,
그지없이 자애로운 눈길로 그대를 부르는 음성에 대답하세요.
당신의 목숨을 죽음의 길로 가면서까지 그대를 사랑하시는 그대의 신께
감사드리세요.
지금부터라도, 이제라도 그대의 손을 내밀어 하느님께 돌아가세요.
2011년 1 월 13일 목요일 오후 ·8시 50분에
그대를 사랑하는 정숙 수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