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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내 이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그저 늙기도 서럽다는데 내 얼굴엔 어찌하여 빈틈없이 칼 자국 뿐인가. 내게 죄라면 무더운 여름날 서늘한 그늘을 대지에 내리고. 더러는 바람과 더불어 덧없는 세월을 노래한 그 죄밖에 없거늘 이렇게 벌하라는 말이 인간 헌장에 어느 조문에 박혀 있단 말인가. 하잘것 없는 이름 석자 아무개! 사람들은 그걸 내세우기 위해 이다지도 극성이지만 저건너 팔만도 넘는 그 경판 어느 모서리엔들 그런 자취가 새겨 있는가. 지나간 당신들 조상은 그처럼 겸손 했거늘 그 처럼 어질거늘.... 언젠가 내 그늘을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 가는 날 나는 증언 하리라 잔인한 무리들을 모진 그 수성들을.
보라 내 이 상처투성이의 처참한 얼굴을..
물 맑고 수풀 우거진합천 해인사. 거기 신라의 선비 최고운님이 노닐었다는 학사대에는. 유람하는 나그네들의 이름자로 온몸에 상처를 입은체 수백년 묵은 전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자기 유명세를 기리기 위해 말못하는 나무에.. 칼 자국을 그렸을까 가슴이 멍하다.. 인간은 손톱에 가시만 밖혀도 어쩔줄 몰라 하면서/ 자기 이름 새길때 쾌락을 즐겼을까?
내마음이 이럴진데.. 법정스님이 이글을 옮기시면서 얼마나 마음이 저리셨을까..ㅠㅠ
이글은 1963년 10월1일 <대한 불교>4면에 실렸던 내용이다.
@ 맑고 향기로운 사람 중에서.....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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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비애...
2010. 5. 6. 오후 8:49:08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