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어떤 의미로 굶을까? 옛 단식과 새 단식법

2005. 1. 18. 오전 7:02:22

글자
마르코 2,18-22

새해의 달력을 바꿔달며 새로운 결심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불과 며칠 지나지 않은 듯한데 벌써 일월도 반이 지나갔습니다.

오늘의 거룩한 말씀은, 고난을 통해서 가장 위대한 분께서 가장 비천한 자리로 내려와 스스로 복종하는 법을 배우시고, 스스로 모범이 되시어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고 알려 주십니다. 사람들 가운데서 뽑혀서 사람들을 대표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맡은 사람들 즉 대사제는 자신도 연약한 인간이므로 무지하거나 유혹에 빠진 사람들을 동정할 수 있으며, 연약하기에 백성들 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속죄의 제물을 바쳐야 합니다.

이 말씀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지도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인 동시에 가정과 직장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즉, 자신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여 스스로를 삼가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의 준비를 갖출 때에야 비로소 사람들 앞에 제대로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자리에 올랐으며, 쟁취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 착각하여 그 자리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힘을 남용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자리는 스스로 얻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주어진 자리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들은 자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그 자리 때문에 관계가 끊어지고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가정이라는 자리 역시 그러합니다. 이 자리는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라 부부의 사랑과 신뢰를 통해서 주어졌으며, 부부는 서로에게 복종하고 봉사함으로써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자녀가 태어나고 이제 부부는 부모가 됩니다.

부모는 자녀에 대한 무한의 권한을 가져 명령하거나 지시하고 그것이 지켜지도록 감시하는 존재이거나,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들을 통해 대리충족하려는 것이 아닌, 자녀를 통해 주어진 부모의 자리를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설정하고, 설정한 바를 완성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이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부모는 가정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으며, 자녀들 역시 부모의 그러한 모습을 통해 배우고 자신의 삶의 지표를 부모의 모범을 통해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과 신뢰의 결실로 세상에 태어난 자녀들은,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고 부모로부터 받는 모든 것을 당연시할 것이 아니라, 부모의 노력으로 얻게 된 재화나 사랑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자녀라는 자리 역시 부모를 통해 주어진 자리이므로 부모의 소중함을 항상 되새기며, 가정의 화목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결국 부모와 자녀들의 이러한 노력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초석이 될 뿐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이라는 기초공동체를 통해서 오늘의 말씀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가정 뿐 아니라 교회와 국가의 지도자들과 구성원들에게 전해지는 하느님의 호소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던짐으로써 세상을 구원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낮추심을 보고 배우며 현 시대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스스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새 술을 만들어 새로운 부대에 넣기 위해서 우리들이 먼저 새로워져야 할 것입니다. 내가 연약하고 결점이 많은 것처럼 다른 이들도 그러하다는 인식을 기초로 내가 소중하듯이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사랑의 결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우리가 앞장서서 아름다운 세상과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새 술이라면 바로 내가 새 부대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천주교 부산교구 울산 해양사목 김현영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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