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느님의 최고 선물 - 이창영 신부

2004. 10. 31. 오후 12:06:24

글자

(배경음악 : 하느님의 사랑을 - 이노주사 노래)

<퍼온 글 - 평화신문 10월31일, 하상신앙대학 강의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최고 선물">

이창영 신부 - 주교회의사무국장/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위원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반생명적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2004년 통계자료를 보면 30,40대 사망 원인의 1순위가 자살이다.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우리 사회 모습이다. 한편 우리는 생명공학이 발전할수록 삶이 윤택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생명공학으로 인해 오히려 인간 존엄성이 침해되고 생명이 과학의 실험도구로 전락했다.
 
   하느님께서 주신 우리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지 되새겨보고 이 생명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묵상해야 한다.
 
   옛부터 생명은 천명(天命)이라 하여 신에게서 받은 최고 선물로 생각했다. 인간이 받은 근원적 선물로,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인간복제, 낙태, 안락사, 사형제도, 자연환경파괴 등 반생명적 행태를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고 있다. 이 모두가 직ㆍ간접적으로 인간 생명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생명의 가치와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부여받은 최고의 ''선물''이고 가족과 이웃과 함께 나누어 가지는 ''나눔''이다. 또한 영원한 생명, 구원으로 초대받은 존재가 되게 하는 ''은총''이며,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힘이자 원천인 ''사랑''이다. 그리고 생명 그 자체는 바로 하느님 말씀,''복음''이다.
 
   요즘 자주 거론되고 있는 생명윤리는 ''인간생명에 대한 의료적 개입을 조절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생명에 가해지는 의료적 행위들이 합법성을 가지는지, 윤리적이고 정당한지를 판가름하고 결정해주는 학문이다. 따라서 생명공학자들은 반드시 생명윤리를 공부하고 과학과 서로 상호보완하며 올바른 생명윤리 의식을 지녀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생명공학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현재 가장 큰 화두는 인간복제인간배아복제다. 인간복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인간복제를 통해 인류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불임부부는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백혈병이나 암 환자 등 유전자적 결함으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반생명적이고 반윤리적 사고에서 비롯됐다. 인간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도구나 수단이 될 수 없다. 또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인간복제 실패율이 높아 결국 인간 생명을 끊임없이 실험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인간복제는 가족관계도 파괴시킨다. 체세포를 복제해 아기가 태어날 경우 그 아기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없다. 자기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해 스스로 아이를 낳은 사람은 자기가 자기를 낳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아기는 기존 가족질서에 편입되는 데에 큰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술적 한계의 결과로 초래되는 사회적 혼란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하느님이 창조한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생명은 부모가 창조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인간에게 베푼 가장 큰 선물이자 은총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간복제는 인간을 생물학적으로만 복제할 뿐 존재론적이나 심리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인간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인간복제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배아복제도 인간복제와 똑같다. 인간배아복제는 정자와 난자를 수정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수정란을 분할하거나 체세포를 핵이식해 인공적으로 배아를 복제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인간복제는 안되지만 배아복제는 해도 되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배아가 곧 인간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배아도 똑같은 생명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인간배아는 곧 인간이다. 인간복제와 배아복제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세기 교회 저술가이자 법학자인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될 자는 이미 인간이다"(Homo est qui est futurus).
 
   생명공학에서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줄기세포, 그중 성체줄기세포 연구다. 줄기세포는 간이나 심장 등 구체적 장기를 형성하기 직전 단계 세포로, 다른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다.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하면 줄기세포 이식에 따른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면서도 인간배아복제 때 논란이 되는 배아파괴의 윤리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생명공학 기술 발전이 거듭됨에 따라 지난 4년간 정부 관련 부처는 물론 생명공학자, 시민단체, 종교계 등은 논의 끝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라는 생명윤리법안을 만들었다. 이는 2003년 12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0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법은 인간생명 수호는커녕 오히려 인간생명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아예 실험이나 조작 도구로 사용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 법률 1조는 입법 목적을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생명윤리 및 안전 확보''라고 밝혔다.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사실상 그 목적이 불분명하다.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어떠한 실험도 허용할 수 있다고 해석돼 온갖 생명파괴 실험이 자행될 수 있다. 전면적 재검토를 통해 ''생명윤리 및 안전 확보''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인간배아 생성 및 연구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11조는 삭제돼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배아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 생명으로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반생명적 법안을 개탄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양심을 지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생명윤리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실시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러한 생명윤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줘야 한다. 또한 정부와 사회, 교회는 생명문화 정착을 위해 힘써야 한다. 특별히 가톨릭에서 펼치고 있는 ''생명 하나 더'' 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낙태를 반대하고 출산을 장려해야 하며,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고 교회는 사목적 배려를 마련해야 한다.
 
   생명은 그 자체로 수호돼야 하는 것이지, 그 무엇을 위해서 사용될 수 없다. 가장 존엄하고 숭고한 인간생명을 담보로 그 무엇과도 타협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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