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지 않는 바이올린_미우라 아야코

2011. 8. 6. 오후 5:48:51

글자
 
 
 
 울리지 않는 바이올린   



남편의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겼으며
건강해 보였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남편과 같이 있는 동안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
“악기도 다룰줄 아세요?”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던 그는 입을 열었다.

“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나는 왜 그만 두셨냐고 물었다.

“실은 결혼 당시 제 아내한테
바이올린을 켜주었을 때...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는
사람을 몇 안다고 말하더군요.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 있었죠.“

그 후로 그는 20년동안
단 한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참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의 남편도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 사람은 노래를 아주 잘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노래를 할 수 없다 했다.

아이들도 싫어하고...
아내는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고....

나는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정감있고 사랑이 넘치는 노래를
어째서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는 들어주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설사 자기의 남편이 노래를
음정이 틀리게 부른다 해도
가슴에 사랑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만족해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언젠가 남편이 쉬는 날 집에서
조그만 의자를 만들었다.

값 비싸고 고급스런 의자와는 달랐지만
나는 그것이 나름대로 큰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마음을 전해주는 방법은
그저 아무 말없이 그 의자에 앉아서 기뻐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남편이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
그것이 다소 지루할지라도
조금은 감탄하며 들어주는 것 역시
그에 대한 작은 사랑이자 배려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듯 가정이란 별 것 아닌 작은 이야기도
자랑삼아 나눌 수 있고
받아 들일 수 있는 다정하고
관대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볼품없고 조잡한 의자는
당신이나 앉으라”는 말로
남편을 외롭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미없는 말들은
남편의 가슴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하나 더 보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돌아간 후...
나의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구...”

내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해 주었다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계속되는 한
내 마음 속에도 역시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을 것이다.



- 미우라 아야코 -

댓글 6

  • 2011년 8월 6일 오후 6:46

    어제 저녁식사 하면서 남편과 기분좋게 한잔 하다가 나의 핀잔에 기분나빠진 남편, 결국 우리는 기분이 좋지 않게 잤습니다. 나도 남편의 바이올린을 울지않게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흥!!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라구!!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양보하고, 이해하기란 정말 힘이 든것 같습니다.

  • 2011년 8월 6일 오후 7:19

    나경자 (2011/08/06) : 번번히 느끼는 거지만 저는 조용히 앉아 묵상하거나 자기 성찰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일을 통해서 꼭 저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그분은 주신답니다 .감사합니다.

  • 2011년 8월 6일 오후 8:31

    머시여, 이거 내 이야기잖여? 난 미우라 아야코라는 여자 집에 내 남편을 보낸 적이 없는데 어찌 이리 잘안다니 그래? ㅋㅋ.. 맞아요, 저라면 그렇게 볼품없고 조잡한 의자에는 당신이나 앉으시지?!! 하고 말했을 거라는.. 그런데 과연 울 남편은 내 말에 신경이나 쓸까? 워낙 신경이 두꺼워서리.. 쩝. 현정님이 주신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헤헤

  • 2011년 8월 6일 오후 11:36

    정말 좋은 글이네요. 부부간에는 완충장치가 없을 때가 많아 말이 직설적으로나가기 쉬운 것 같아요. 너도 내 맘같거니 ...내가 개떡 같이 말해도 나를 사랑하는 너는 찰떡같이 알아듣거니..하면서..알면서도 상처받는 것이 사람인것 같아요.. 날 보면..

  • 2011년 8월 7일 오전 1:06

    정말 오랫만에 아는 수녀님으로부터 받은 메일. 말을 조심하는 거, 생명주는 말하는 거. 그런데 어쩌면 저는, 그냥 내 살이려니 하고 사는 사람이 없어서 더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조심하기가 쉬운지도 몰라요...그리고 그러기에 제가 한번 농담 삼아 한 말에 상대는 더 큰 상처를 받게되기도하는 거 같구요...

  • 2011년 8월 7일 오전 1:06

    무신경, 무관심해보이는 속에는, 사실 더 이상 상처받고 아프기 싫은, 나를 보호하고픈 본능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잘 모르는 숱한 사람들의 칭찬 보다는 사실, 내게 제일 가깝고 소중한 사람으로부터의 진심어린 좋은 말, 격려.. 그거 하나면 모든 고통과 서러움이 다 녹 쟎아요...먼저 좋은 말이 되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 상처에도 불구하구요. 저 역시요.

아무 이야기나!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