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라파엘신부
“그분께서는 내 길을 알고 계시니 나를 시금해 보시면 내가 순금으로 나오련마는. 내 발은 그분의 발자취를 놓치지 않았고 나는 그분의 길을 지켜 빗나가지 않았네. 그분 입술에서 나온 계명을 벗어나지 않았고 내 결정보다 그분 입에서 나온 말씀을 더 소중히 간직하였네.”(욥24,10-12)
욥은 고통 중에서도 하느님의 현존을 믿고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께서는 욥의 여생에 지난날보다 더 큰 복을 내리셨고 늘그막까지 수를 다하고 죽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고난이나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주님께서 그 고난 중에 나와 함께 하시고 불같은 시련 뒤에 더 큰 축복과 보상을 예비하신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내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주님께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신다는 말인가? 이제는 내 마음대로 살아가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 약속된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히브11,36) 그리고 시련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주님께서는 늘 우리와 동행하십니다. 주님께서 “나는 결코 너를 떠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겠다."(히브13,5)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사람은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사실 눈앞에 닥친 시련이 나의 귀를 얇게 만듭니다. 눈을 멀게 합니다. 마음을 옹졸하고 초조하게 만듭니다. 초라한 내 모습을 감추고 싶습니다. 이것은 믿음의 시험입니다. 우리는 시험을 통해 나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일을 희망할 수 있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환난과 궁핍의 시련 속에서 고백합니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인정을 받습니다. 죽어가는 자같이 보이지만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벌을 받는 자같이 보이지만 죽임을 당하지는 않습니다. 슬퍼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늘 기뻐합니다. 가난한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많은 사람을 부유하게 합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습니다.”(2코린 6,9-10)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 맡기면서 주님으로부터 모두를 받았기에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동행하심을 믿고 모두를 위탁할 수 있는 기쁨을 차지하는 날 이루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미켈란젤로 카라바지오(Michelangelo Caravaggio, 1571-1610)의 <성 바오로의 개종>, 1600-01년, , 캔버스에 유채, 230 x 175cm, 로마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이탈리아
불과 38년의 열정적인 삶을 살고 요절한 화가 카라바죠는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대가이다. 그는 대담한 화면 구성과 강렬한 암흑의 대비 효과로, 드라마틱한 표현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말을 타고 다마스커스로 향하는 사울은 강렬한 빛에 눈이 멀어 낙마하고 이 체험을 계기로 그리스도교인으로 개종, 바로 사도 바오로로 활동하게 된다. 거대한 말의 형상이 화폭을 거의 메우다시피 한 구도의 불균형으로 기진맥진한 사울의 충격이 더욱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