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편안한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2012. 1. 24. 오전 6: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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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편안한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님들

2012년은 교구가 설정한 노인 사목의 해입니다.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도의 고령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압축적 고령화로 인해 2050년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령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압축적 고령화 현상은 우리 교회 안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2010년 우리나라 전체 고령화율이 11%였는데 비해, 한국천주교회의 고령화율은 13.7%, 대전교구 고령화율은 14%였습니다. 이처럼 교회는 사회보다 훨씬 더 빠르고 높은 고령화 현상을 보입니다.  

이는 교회가 노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노인들에게 적합한 사목 활동을 하도록 요청받고 있다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이러한 시대적 징표를 읽어 내어, 보다 효율적인 사목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노인의 경륜과 젊은이의 활기가 조화를 이루는 본당 공동체가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1. 성경에 나타난 노인과 공동체

구약성경에서 하느님께서는 노년에 이른 당신 백성에게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신앙 여정을 살도록 부르신다는 사실을 아브라함과 모세의 삶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일흔다섯의 아브라함에게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당신께서 보여 주실 새로운 땅으로 떠날 것을 말씀하시면서 그에게 복을 내리시고 복의 근원이 되게 하셨습니다(창세 12,1-3 참조). 또한 여든의 모세에게는 이집트에서 억압받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복된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라는 소명을 주십니다(탈출 3,7-10 참조).  

이들을 통해 볼 때 노년은 단순히 인생의 후반부를 무의미하게 소일하거나 할 일 없이 우울하게 보내는 시기가 아니라, 자신과 공동체를 위해 가장 의미 있는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특별히 하느님께서는 노인들이 공동체 안에서 믿음을 일깨우고 신앙 여정의 인도자가 되길 원하십니다

신약성경에서는 노년이 희망을 지니고 기도하며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는 시기임을 시메온과 한나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신앙으로 얻은 지혜와 삶의 축적된 경험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을 축복하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성령의 능력 안에 살아온 시메온은 의롭고 독실한 신앙을 지니고 구원의 때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예수님을 뵙게 됩니다. 그는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안고 자신의 눈으로 주님의 구원을 보게 된 사실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아기와 아기의 부모를 축복하였습니다(루카 2,25-34 참조). 성전에서 단식과 기도로 하느님을 섬겼던 여든넷의 예언자 한나도 주님을 뵙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주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예수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줍니다(루카 2,38 참조). 이 두 분의 삶을 통해, 주님을 경외함은 노인들의 자랑거리이며(집회 25,6 참조), 노인들은 공동체에 희망을 전해 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성경은 또한 공동체 구성원들이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너희는 백발이 성성한 어른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을 존경해야 한다.”(레위 19,32) “노인들의 이야기를 소홀히 하지 마라. 그들 또한 조상들에게 배웠고 이제는 네가 그들에게서 지각과 적절한 때에 대답하는 법을 배우리라.”(집회 8,9) 이러한 노인들에 대한 성경의 말씀들은 우리나라의 미풍양속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삶의 교훈입니다.  

2. 교회 문헌에서의 노인과 공동체

교회는 항상 노인들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1984323일 약 8.000여 명의 노인들을 접견하시는 자리에서 여러분은 스스로 교회 생활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거나 지극히 역동적인 세상에서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여기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분은 정신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풍요로운 삶의 한 시기에 살고 있는 능동적인 주체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아직도 완수하고 이바지하여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1)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 」(Insegnamenti di Giovanni Paolo II), VII, 1(1984), 744.-8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노년에 받은 자신의 고유한 은사를 노인들이 잘 활용하여 노인들 스스로가 편안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목적인 제안들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인들의 풍부한 삶의 지혜는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하도록 만들어 교회 및 지역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하리라 확신합니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또한 2005년 사순시기 담화를 통해서 노년층에게 더욱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노인들이 그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여 공동체 전체에 이바지하도록 도와야 합니다.”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노인들이 구현하는 정서적 도덕적 종교적 가치는 사회와 가정, 개인의 조화를 증대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입니다. 책임 의식, 하느님께 대한 신앙, 우정, 권력에 대한 무욕, 신중함, 인내, 지혜, 피조물을 존중하고 평화를 증진시킬 필요성에 대한 깊은 내적 확신과 같은 것들입니다.”2) -교황청 평신도 평의회, “교회와 세상 안에서 노인의 존엄과 사명”(1998), 56.- 

사실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그 어느 단체보다 연령통합적인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노인들이 소외되거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3. 다양한 노인 사목의 형태

노인들 중에는 자신은 이제 할 일이 없는 쓸모없는 존재이며, 남은 기간을 우울하고 허무하게 살다가 죽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노년 준비에 대해서 경제적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어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년기는 삶을 통합하고 완성시키는 인생의 정리 단계이자,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지혜로 교회와 사회에 공헌하면서 모든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교회는 노년의 의미와 가치를 올바로 이해하고 노인들이 신앙의 빛 속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통합하면서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노인 사목이 나아갈 길입니다

노인 사목을, 노인에 관한,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사목 활동으로 다음과 같이 나누어 생각하고 이를 실행한다면 보다 큰 결실을 얻게 될 것입니다

노인에 관한 사목: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노인이 되어갑니다. 노인이 되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을 준비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노인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미래에 노인이 될 잠재적 노인들, 나아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노인에 관한 적절한 사목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노인을 위한 사목: 노인 사목의 대상인 노인들에게 나이가 들어 변화되는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영적인 현상들을 바로 알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노인 시기를 지혜롭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성숙한 신앙인의 삶을 살도록 다양한 형태의 사목적 배려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노인에 의한 사목: 많은 노인들이 이웃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주체가 되는 사목 활동을 펼쳐, 노인들이 젊은 세대에게 풍부한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제공하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또한 지속적인 사회참여를 통하여 자신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봉사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사목적 배려입니다

이와 같이 노인 사목을 접근하면서 본당마다 본당의 실정, 환경, 수준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경험과 사례들을 서로 나눈다면, 노인 사목이 본당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4. 노인들이 편안한 본당 공동체를 위하여

우리 교구는 2009년부터 노인 사목부를 개설하여 교구 차원은 물론이고 지구와 본당에서 이루어질 노인 사목의 기반을 닦아 왔습니다. 노인 사목부는 ⌜대전 영 시니어 아카데미⌟를 개설하여 교구, 지구, 본당에서 노인 사목을 도울 수 있는 전문 봉사자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당 노인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적 자원들인 전문 강사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향후 노인 사목부는 각 본당의 노인대학 또는 노인 성경교실에서 봉사할 단기 봉사자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할 예정입니다. 특별히 교구 소공동체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이 이 교육과정을 통해 노인 사목에 관한 교육을 이수하게 될 것이며, 그 후 노인대학에서 봉사자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님들

따라서 저는 가능한 한 교구의 모든 본당에서 본당 노인대학을 설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는 시대의 요청이며 우리 교구 안에 노인 사목의 새로운 틀을 형성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모든 본당에서 노인대학을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교구 노인 사목부에서 전문 봉사자들을 지원할 것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는 각 본당에서 노인 사목의 원년을 준비하는 자세로 기도와 정성을 모아 준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교구 노인 사목부에서는 노인대학들이 지속적인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교구 또는 다양한 지구 행사를 계획하여 추진할 것입니다. 노인대학이 본당 노인 사목 활동의 구심점이 될 때에 노인 사목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노인대학이 뿌리를 내리면 노인에 관한,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사목 활동이 전개될 것입니다. 노인대학을 통해 노인들은 가족과 사회에서의 소외감을 극복하는 정서적인 유대를 강화하고, 성경 공부나 특강으로 자아 통합을 이루어가며, 기도 생활과 봉사 활동으로 사랑을 실천할 기회를 제공받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노인들은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공동체와 사회에서도 이 아니라 선물이 될 것입니다. 본당 공동체 또한 그리스도인 모두가 노인의 소중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공동체, 노인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천주강생 20111127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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