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꿈 ~
한 마리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그 것은 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강아지였습니다. 그 강아지가 이상한 벌레와 함께 방안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무심결에 지나쳐 버렸습니다. “주인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나치려는 순간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측은지심과 함께 “어떻게 살리지? 저 딱딱하고 검은 벌레들은 무슨 벌레들 일까?” 방바닥과 개의 다리에 붙어 있는 벌레들을 보며 “저 벌레들 때문에 개가 죽어가는구나! 주인이 제대로 먹을 것을 주지 못해 저렇게 되었구나! 어떻게 살리지? 어떡하면 좋을까?” 하며 걱정하였습니다.
그것은 개 꿈이었습니다. 새벽에 꿈을 꾸고 일어났는데 그날이 1월 31일 돈보스꼬 축일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 날 5명의 동생을 가진 한 젊은 자매가 찾아와 교통사고 난 것과 여동생의 일자리가 없는 것을 울면서 호소했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축일에 나는 정말 개꿈을 꾸었습니다.
겨울이기도 하고 성당일과 청소년센타 일 모두가 주로 수도원 안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시장 갈 때는 빼고는 집 바깥을 나가는 일이 드뭅니다. 얼마 전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저녁 나들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막 대문을 나서는데 성당교우인 젊은 애기 엄마가 아이랑 저만치 가고 있었습니다. 2~3살 되는 꼬마 아이는 나를 보고 "신부님"하고 인사하였고 나는 엄마에게 어디 가냐고 물었습니다. 동생네 집에 가서 저녁을 해 먹으려고 밀가루를 꾸어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손에는 밀가루 3~4킬로그램이 들려 있었습니다. 어디 사느냐고 물었더니 성당 가까운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가다가 헤어졌습니다. 나중에 본당신부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 아파트에 사는 게 아니라 경비를 보아 주면서 아파트 지하실 한쪽 귀퉁이에서 살고 있다는 것과 제일 큰 아이가 10살이며 밑으로 줄줄이 5명의 작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산다는 것과 엄마는 32살, 아빠는 51살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낳는 능력과 잘 키우는 능력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도시인 이곳 다르항은 그 옛날 러시아 사람들이 조립해 놓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무 집에 나무 담을 두르고 그 안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사는 사람, 유목민처럼 게르에서 사는 사람, 이제 막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은 집도 게르도 없이 아파트 지하실 한쪽 귀퉁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작년 이곳 다르항에 가톨릭 의료 협회에서 의료 활동을 하러 왔다 갔습니다. 그때 강남성모병원 최정진 베네딕도 신부님의 특별한 도움으로 가난한 두 가정에게 집을 지어 주었습니다. 올해도 여러분의 도움으로 이 사업이 계속이어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신자가 아닌 두 가정은 집을 얻고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성당에 매일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두 가정에 나무집을 지어주었는데 인건비를 계산하지 않고 순수 나무 재료비만 한 집은 7백만 원, 한 집은 8백만 원의 경비가 들었습니다. 이곳의 수준에 비하면 너무 좋은 재료를 사용했다는 평이 있지만 올해도 이 정도 수준으로 집을 지으면 적당할 듯싶습니다. 그런데 한집은 집을 작게 지어서 입주해서 살지만 한집은 욕심을 피워 크게 지으려다 다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긴 경우가 되어 버렸습니다.
작년보다 훨씬 더 가난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집에 땔 석탄이 없어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서, 학교에 가져 갈 돈이 없어서, 은행에 돈을 빌렸는데 갚아 주어야 할 기일이 되어서, 생각 없이 쉽게 부탁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 한파로 여기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주산업인 철도 사업, 철근 사업, 시멘트 공장이 있는데 모두 인원을 감축해 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의 하릴 없이 놀고 있기 때문에 본당에서 강론만 하는 거룩한 사제이기보다는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조심스럽게 도와주려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4월 되면 자작나무 수액을 모아서 한국 교민에게 파는 방법도 한 가지 구제책이고 고사리를 말려서 한국 관광객에 파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라 여겨집니다.
나의 목적은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여러 가지 동기로 그들이 자유롭게 성당에 와서 미사에 참례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선교일 것입니다.
한국도 여러 가지로 경제사정이 어렵겠지만 훨씬 더 가난해져 버린 이곳에 여러분의 십시일반으로 생명과 가정을 살려 낼 수 있습니다.
살레시안 신부이니 나는 청소년들과 잘 놀고 잘 교육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꿈에 나타난 강아지처럼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단 말인가?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돈보스꼬 축일에 나에게 보여준 꿈의 의미는 무엇인가? 선교지에서는 필요한 모든 것을 해야 하지 않는가?
아이들이 아파트 지하의 열악한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도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한국의 집값에 비해서는 아주 적은 돈으로 한가정의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고 그 안에서 청소년들이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한국의 은인들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것이 선교지에서 좋은 선교의 역할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하느님과 인간, 나라와 나라, 사람과 사람의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착한 이들에게 도움을 청해 가난한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그들이 하늘에 보화를 쌓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2009 년 3월 10일 다르항 돈보스꼬 청소년 센타
이호열 시몬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