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님과의 인연

2023. 4. 18. 오전 5: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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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이삭: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님과의 인연



2008년 4월 18일 ‘영등포 슈바이처’ 혹은 ‘노숙인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던 선우경식 

원장님께서 하느님 곁으로 떠나셨습니다. 

신림시장 안 허름한 건물 2층에 무료 자선의원 간판을 막 내건 1987년 9월 

어느 날 저녁, 그분을 처음 만났습니다. 

비좁은 식당에서 봉사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시던 선우 원장님께서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그 환한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원장님의 인품에 이끌려 그해 가을부터 전진상의원 진료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격주로 수요일마다 요셉의원에서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전진상의원에서도 가난한 환자들을 오랫동안 진료했지만, 행려 환자들이 풍기는 

독특한 냄새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요통과 보행장애를 호소한 환자에게 자세한 신경 검사 없이 진통제와 근육 

이완제를 처방하여 보냈습니다. 

마침 그 주일 복음이 마태오복음 25장의 최후 심판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었기에, 냄새와 오줌에 절은 바지를 벗기지 않고 대충 

진료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며칠 뒤 다시 본 그 환자의 증세가 전혀 호전되지 않아, 바지는 물론 팬티까지 벗기고 

자세한 신경 검사를 진행해 척수종양을 진단했습니다. 

이후 요셉의원을 찾은 행려 환자들이 내게 다가오는 예수님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자, 

더 이상 냄새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선우 원장님은 모친과 함께 2006년 5월 첫 주일미사 참례 후 성당에서 나오시다가 

급성 뇌경색으로 하마터면 언어장애와 반신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뻔했습니다. 

당시 요셉의원 간호사가 성모병원과 연락이 안 된다며 다급하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저는 즉시 건대병원 혈관 내 수술팀을 소집하여 증상 발생 세 시간 만에 촬영을 시작해 

다섯 시간 만에 문제가 된 좌측 경동맥에 스텐트를 넣고 혈전 용해제로 치료했습니다. 

뇌경색에서 회복된 원장님은 정기적인 외래 진료를 받던 중 2006년 가을, 갑자기 빈혈 

증세를 보였습니다. 

저는 위내시경을 권한 뒤 위암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원장님은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던 중 2008년 4월 어느 날 새벽 2시에 “고 선생, 머리가 

깨지는 것같이 아파!”라는 전화를 끝으로 건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뇌사상태였습니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기에 저는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 고용복 

교수님과 홍영선 교수에게 연락해 성모병원 중환자실로 전원했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부터 선우 원장님의 환한 미소와 인품에 이끌려 봉사를 시작했고 그분의 

주치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전의 마지막 말씀을 듣고, 그분이 씨를 뿌리고 땀과 사랑으로 키워낸 

요셉의원의 후임 원장으로 부름을 받고 보니, 이 모든 인연이 저로 하여금 단순 

봉사자로는 부족하니 전적으로 봉사하라는 주님의 이끄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영초 가시미로 요셉의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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