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복음화 사명의 도구인 사회교리
사회생활의 근본 가치들 ⑨ 정의
의로운 ‘사회’- 정의의 객관적 기준, 상호 주관적이며 사회적인 영역의 도덕 기준
‘진리에 토대하고 정의(正義)의 안내를 받아 자유로 성장하며 사랑의 활력이
충만한 사회’ (「지상의 평화」 35항 참조
지난주에는 ‘교환 정의’와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를 소개했습니다.
이 신뢰는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 사이에 반드시 요구됩니다.
공동체가 구성원들을,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신뢰하지 않을 때, 공동체(사회)와 사람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는 신뢰의 수준은 완전한 신뢰 또는 완전한
불신이라기보다는 양 끝 사이의 어느 지점입니다.
그것을 가늠하는 척도가 정의의 객관적 기준, 즉 상호 주관적이며 사회적인 영역에서의
도덕성입니다.
오늘은 인류의 지혜와 경험이 찾아낸 기준으로서 ‘법적 정의’와 ‘분배 정의’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법적 정의’는 구성원들이 공동체(집단)에 마땅히 해야 할 책무에 대한 기준입니다.
사실, 어떤 집단이든 각자 존재 이유가 있으며, 그 때문에 구성원에게는 그 존재 이유에
대한 공동의 자각이 요구됩니다.
또한 그 실현을 위해 구성원은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공동체는 가족(혈연), 국가(정치), 교회 (종교)처럼 인간 본성에서 유래하는
집단부터 학교(문화), 기업(경제), 특정 목적의 단체들처럼 필요에 따라 형성된 집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정치 공동체인 국가의 경우, 남녀노소 모든 이는 국민으로서 자기 형편에 맞게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갖습니다.
경제 공동체인 기업의 경우, 투자자든 경영인이든 노동자든 그 구성원은 누구나 책임감을
지니고 나름의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문화적 성격의 공동체인 학교는 물론, 종교 공동체인 우리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구성원이 자기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 그가 속한 공동체는 발전하며 완성되어
갑니다.
그렇게 “인간 사회는 쇄신되어야 합니다”(「기쁨과 희망」 3항).
‘분배 정의’는 법적 정의와 달리, 공동체가 구성원들에게 마땅히 해야 할 책무에 대한
기준입니다.
‘분배’를 정의라고 한 근거는 매우 단순합니다.
사회(공동체)가 유지‧성장‧발전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저마다 기울인 노력의 결실이며,
그래서 그 결실은 ‘공동’의 성격을 갖습니다.
당연히 구성원들에게는 결실의 혜택을 누릴 자격(권리)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동체는 다시 구성원들에게 저마다 감당하고 수행해야 할
몫과 역할(의무)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분배 정의의 근거가 단순할지라도, 그 실현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합니다.
누구나 혜택(권리)은 많이 누릴수록 좋고 짐(의무)은 가벼울수록 좋기에, 왜곡이 일어나기
쉬운 탓입니다.
이에 교회는 “복수(複數)의 주체 사이에 권력(특히 정치 권력, 경제 권력, 국방에 관련된
과학기술 권력)을 실효적으로 분배하는 것”(「모든 형제들」 171항)이 오늘날 시급히
요청되는 정의의 실현임을 강조합니다.
-박동호 안드레아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