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인연으로 이어진 신앙생활
저는 초등학교 1학년때 가족과 함께 세례를 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교리 공부와 봉사 활동 등을 하시며 세례를 위해 애써 주신 덕에 저희
삼남매는 일본 오사카의 한인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 아버지는 성당까지 운전만해주실 뿐 세례를 받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약 2년간의 오사카 생활을 마치고 떠나면서 대모님과도 연락이 끊겼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한인 성당 사무실에 문의를 했으나 성함만 알려줄 뿐 연락처는
알 수가 없다고 하여, 그저 기도 중에 가끔 기억할 뿐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저는 또다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일본에 도착하자 마자 도쿄 한인 성당을 찾아갔습니다.
유학생부터 주재원 가족, 교민, 한국에서 오신 수도자들이 다수 계셨습니다.
외로운 유학생에게 매주 한국어로 드리는 미사는 마음의 위안이자 안식처였습니다.
하루는 기숙사에서 전철역으로 걸어가는데, 며칠 전 한인 성당 제단 위에 계신 것을
뵈었던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저도 모르게 다가가서 “신부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것이 제 인생의 소중한 인연의 시작이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마침 신부님이 사시던 예수회 사제관이 제 기숙사와 아주 가까이에 있어 종종 뵐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후 몇몇 천주교인 유학생과 정기적으로 철학과 성서 공부를 하며 지냈고, 가끔
다 함께 피정을 가기도 했습니다.
수도 생활을 하시는 분들과 개인적인 교류가 없었던 저에게 수도자의 생활은 큰 충격이자
자극이었습니다.
일본 생활보다도 신부님들의 삶이 훨씬 더 새로운 세계로 느껴졌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규칙적인 공동 생활 그리고 정제된 삶이 주는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인간다운 면모를 엿보며 수도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약 7년이 지나 신부님과 저는 비슷한 시기에 공부를 마치고 귀국을 했습니다.
신부님과 맺은 인연은 귀국 후에도 계속 이어졌으며, 또 다른 인연의 끈이 되었습니다.
그 중 특히 놀랍고 경이로운 일은, 친정 아버지께서 신부님의 소개로 만나게 된
한 신부님의 권유로 세례를 받게 된 것입니다.
또 신부님을 통해 만난 한 자매님은 제 신앙생활의 큰 등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에 크고 작은 고비가 올 때 마다 제 주변으로 뻗은 인연의 끈이 저를 잘 끌어주어
왔던 것 같습니다.
그 인연의 끈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역시나 40여 년 전이 떠오릅니다.
낯선 나라에서 손수 성당 문을 두드려 세 자식과 함께 세례성사를 받으셨던 용감한
어머니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머니를 통해 시작된 인연의 끈이, 신부님을 비롯한 많은 소중한 만남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저를 지탱해주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동시에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계실지 모를 저의 대모님을 기억하며
기도드립니다.
-유난이 글라라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