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말씀:이렇게 또다시 봄이 왔어요

2023. 4. 10. 오전 4:00:24

글자

y

생명의 말씀:이렇게 또다시 봄이 왔어요



유학하던 시절, 가장 그리운 것은 한국의 봄이었어요. 

유럽의 봄은 한국의 봄과 많이 달라 벚꽃, 개나리, 철쭉 같은 아기자기한 꽃들을 

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날도 덥거든요. 

그러니 고국의 아름다운 꽃들과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참으로 그리울 수밖에요. 

하지만 공부를 마치고 한국의 본당에서 처음 맞이하게 된 봄은 꽤나 실망스러웠답니다. 

코로나로 본당의 문을 굳게 닫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아름다운 꽃이 만발했지만 아이들과 신자 분들과 미사를 드릴 수 없는 봄, 조용한 거리, 

질병으로 고통받는 세상의 뉴스들. 그야말로 어두운 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흘렀고, 성주간이 지나 부활이 다가왔어요. 

그리고 부활 대축일 미사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기쁜 부활인데 지금껏 내가 너무 잃어버린 것들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자 제 주변의 소중한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조촐하게나마 미사를 함께 거행하는 신부님과 수녀님들, 미사를 드리고 싶어 하는 

사랑스러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마음 아파하며 기도로 함께하시는 신자분들이 

떠올랐어요. 

전에는 당연한 것이라 지나쳤지만 더없이 소중한 것들이 제 주변에 있었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와 요한은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지요. 

주님이 죽임을 당하셨다는 비참함,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예수님의 소중한 한 말씀 

한 말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그런데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졌다는 소식은 그들의 

심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초조함과 혹시 부활하신 것은 아닐까라는 

기대감이 “빨리 달려가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느껴지지요. 

그리고 마침내 잘 개켜진 수건을 바라보고 예수님의 부활을 믿게 됩니다. 

돌이킬 수 없던 일상의 소중함이 그들에게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지요. 

어쩌면 우리 역시 예수님의 현존을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것보다는 부족한 것들만 돌아보지는 않았는지요. 

그러나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다시금 깨달아야 해요.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온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과 예수님의 사랑을 말입니다.


그렇게 매서운 겨울을 뚫고 찾아온 봄날의 햇살처럼 예수님이 우리에게 돌아오셨어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이렇게 드러났고,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의 

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하게 됩니다.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고 나를 기다려주는 이가 있음은 더욱 큰 은총이지요. 

이렇게 우리를 항상 기다리시며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예수님이 돌아오셨으니 어찌 

오늘 기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러므로 오늘의 화답송이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이 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 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 

오늘 기뻐하고 즐거워하세요.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방종우 야고보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     -     

s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요한 20,9)


내 자신의 고난을 알고, 그것이 나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지, 바로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매일 죽음을 준비하면서, 주님의 도움으로 지난날의 나를 버리고 감히 아름다운 

생명으로 부활할 것을 희망합니다. 

서소문 순교성지를 내려다보는 약현 언덕에 한국인 최초로 만든 스테인드글라스는 

시간을 넘어 반짝이는 빛으로 순교의 승리와 부활의 영광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설명:서소문 스테인 글라스:박정석 미카엘 | 루크글라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기도.묵상 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