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아버지가 주고 가신 선물

2023. 2. 7. 오전 5:09:23

글자

g

말씀의 이삭:아버지가 주고 가신 선물



3대째 이어온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저는 유아세례를 받고 자연스레 신앙인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신문·출판·방송·통신 분야에서 종사하는 가톨릭 언론인과 

커뮤니케이터들의 연합체인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2월 한 달간 이 자리를 통해 제 삶과 소소한 신앙 체험을 나누게 되어 기쁘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5년 11월 15일. 저는 이날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이날, 제 롤 모델이자 제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 미카엘이 주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혹자는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겪는 천붕지통(天崩之痛)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특별한 이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평소에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늘 밝고 긍정적이셨으며 사회성도 좋으셔서 

팔순을 목전에 두고서도 건강하게 지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저는 아버지를 뵈러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아버지와 식사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때까지도 당장에 닥칠 아버지의 죽음은 생각도 못했지요. 

이날 찍은 사진은 결국 아버지와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와 만나고 나서 아버지는 어머니와 수원에 사는 여동생 집에 가셔서 외손주들과 

즐겁게 지내고, 주일에는 동생 부부와 성당에 가셨답니다. 

대영광송을 바칠 때였습니다. 

갑자기 아버지 얼굴이 창백해지며 “어…어…” 하시더니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성당 안이 술렁였고, 혼비백산이 된 어머니와 여동생이 

의사와 간호사를 간절히 찾았답니다. 

마침 의사 선생님이 그 자리에 계셔서 심폐소생술을 하였으나 아버지는 미동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다급한 구호 요청에 미사는 멈추었습니다. 

구급차에 실려 인근 종합병원으로 가신 아버지는 미처 손 써볼 겨를도 없이 황망히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복 받으셨다고 하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님이 참으로 미카엘을 사랑하셨나 보다. 어찌 성당에서 데리고 가실 생각을 

하셨을까?” 


그날부터 저는 주일미사를 드릴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제대 앞에 있는 십자가를 바라보면 아버지의 온화한 미소가 주님의 얼굴과 겹쳐 

보입니다. 

아버지는 떠나면서도 제게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함께하지 못하고 손 한번 잡아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큰아들은 미사를 드릴 때마다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좀 더 지혜롭고 겸손하게 그리고 용기 있고 열정을 다해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아버지처럼 말입니다. 

아버지, 다시 뵐 때까지 평안하세요.”

큰아들 로렌조 올림.



-이영준 로렌조 (KBS 시사교양국 프로듀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회장)-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기도.묵상 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