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오늘날의 '사도행전' 쓰기

2023. 1. 25. 오전 10: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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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이삭:오늘날의 '사도행전' 쓰기



"로사, 본당 25년사 좀 써볼래?"

2년 전, 가까운 신부님의 추천으로 어느 성당의 25년사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작가라고 해도 방송 원고를 주로 썼던 제가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건 

큰 도전이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25년 치의 본당 주보 공지사항을 꼼꼼히 

다 정리해두신 편찬위원장님의 열정에 믿음이 생겼습니다. 

본당의 25년사 편찬위원회 분들과 함께 역대 신부님들을 만나 취재했습니다. 

그렇게 주보의 기록은 뼈대가 되었고 신부님과 신자들의 기억은 살이 되어 작업이 

진행될수록 한 본당의 태동부터 가건물 신축, 성전 건립, 왁자지껄한 본당 행사들이 

영상처럼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신자 수가 많이 늘어나 교구에서 본당을 많이 설립했던 그 시기에 

이번에 함께 하게 된 성당도 시작되었습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진흙탕이 된 성당 부지에 간이 천막을 치고 첫 부활 미사를 

드렸다는 초대 주임신부님의 생생한 기억을 듣다 보면 저도 함께 뜨거운 마음으로 

그 찬비를 맞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꼴을 갖추지 못한 공간이었는데도 성삼일 새벽, 할머니 신자분이 

성체조배를 오다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안타까운 일화를 신부님은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순수한 믿음 위에 신부님과 신자들은 하나되어 벽돌 한 장이라도 더 날랐고, 

주변 본당에서 봉헌해 준 성전건립기금으로 마치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성전은 

완공됐습니다. 


각자의 기억 속에 모래알처럼 흩어질 뻔했던 사실은 그렇게 한 권의 역사책으로 

집대성될 수 있었습니다. 

구요비 주교님께서 "본당마다 남기고 있는 25년사는 '오늘날의 사도행전'"이라고 

축사에 남기신 말씀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신앙 성장기 또한 사도행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구 문화홍보국에서 운영하는 '문화학교'에서 방송 작가들과 함께 

'주님께 다가가는 글쓰기'반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맡은 시간엔 수강생들에게 '나의 인생 써보기'를 꼭 해볼 것을 권합니다. 

형식은 자유, 독자는 딱 한 분, 주님이십니다. 

태어나기 그 이전, 부모님의 만남부터 오늘, 숨 쉬는 이 순간까지를 세세하게 글로 

펼쳐보면 실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구원, 성령의 이끄심과 도우심이 드러납니다. 

당시 세상을 강타했던 역사적인 큰 사건 속에서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때 하느님은 어떻게 해주셨는지 기록해보며 내밀하게 주님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때로 마주하기 괴롭고 마음 아픈 일도 있겠지만 그 지점이 바로 주님께서 저와 

화해하고 싶어 기다리고 계신 자리임을, 다시 새로운 구원이 펼쳐질 시작점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님의 큰 계획이 작은 내 역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체험. 바로 ,'나의 사도행전 쓰기'

입니다.



-김정은 로사 | 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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