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하늘나라'가 어디냐고 물으신다면

2023. 1. 17. 오전 5: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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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이삭:'하늘나라'가 어디냐고 물으신다면



2020년 1월,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다녀왔습니다.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에 다녀온 거라 지금 생각해도 참 행운이었습니다. 

함께 가는 청년성서모임의 성서 가족들과 복음을 묵상하고 기도했던 순례 전 

시간부터 7박 8일의 여정의 하이라이트였던 예루살렘의 주님 무덤 성당, 

그 비좁은 무덤 자리에 잠시 꿇어 조배했던 순간 모두 설렘과 감동, 행복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에게 그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어땠는지 물어보면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스라엘은 거룩한 복음의 땅이 맞다. 하지만 하늘나라는 네팔에 있다."

5년 전,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띠앗누리 봉사자로 네팔에 2주 동안 

다녀왔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봉사단원으로 선발된 15명이 포카라에서도 좀 떨어진, 산 중턱 따레빌 

마을의 작은 학교 강당을 임시 숙소 삼아 유치부 꼬마부터 초등학생들의 방과 후 

수업을 담당하고 지역에 필요한 노력 봉사도 하고 오는 여정이었습니다. 

한여름, 우기로 질척해진 땅에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옆에 낀 비포장도로를 봉고차는 

역동적으로 달려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마을은 뽀얀 구름 속에 있었고 그 안엔 단추도 제대로 달리지 않고 

신발도 갖추지 못한 가난한 어린이들이 천사처럼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네팔의 가난은 사진에서 본 것과 차원이 다른 엄혹한 현실이었습니다. 

전깃불 없는 밤엔 숙소 안팎으로 쥐가 뛰어다녔고 곳곳에 흡혈 거머리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열악한 환경에 봉사단원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습니다. 

그런데 신비롭게도 며칠이 지나자 금세 적응했고 불편한 것보다 아름다운 것들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매일 낮에는 미사를 드렸고 밤에는 촛불을 켜고 한자리에 모여 때제 기도를 

드렸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지었던 표정으로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한 단원의 기도를 들으며 전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이곳이 바로 주님께서 보여주고 싶으셨던 그 하늘나라구나.'

 

한국에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저는 또 놀랐습니다. 

사진 속 '꾸숨'이란 아이가 저를 세상 사랑스러운 눈길로 봐주고 있었습니다. 

우리 짐을 서로 들어주겠다고 버둥거리는 꼬마들도 있었습니다. 

그 작은 어린아이들이 그토록 큰 사랑을 부어 주고 있었습니다. 

국경, 인종, 언어 등 모든 것을 초월해서 사랑을 나눈 복된 체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하늘나라가 어디냐고 물으신다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사랑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런 천사가 되어준 봉사단원들과 꾸숨, 히마, 딤피, 삼라차나와 산토스… 

주님 구원이 그 땅끝까지 다다를 수 있기를 청하며 이름을 한 명씩 불러보며 기도합니다. 

아멘.



-김정은 로사 | 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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