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상태를 감추려고 쓸데없이 열심인 삶

2023. 2. 1. 오전 5: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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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상태를 감추려고 쓸데없이 열심인 삶 



지난 며칠간 생활 리듬이 무너진 기분이 들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힘을 주었다. 

'무너졌다'고 했지만 사실 와장창 부서진 게 아니라 각을 맞춰 쌓아둔 삶의 블록 

몇 개가 삐뚤어졌을 뿐이다. 

평소 취침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자고 채소를 별로 먹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은 

정도로, 남들 눈에는 띄지 않았을 작은 흐트러짐이었지만 큰 일탈을 한 기분이라 마음을 

가다듬고 생활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했다. 

그날 목표한 일을 달성하고 식도염이 도지지 않게 건강한 식사를 하며 아이들을 

잘 먹이고 씻기는 등의 임무를 완수하고 나면 만족감이 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뭔가에 단단히 속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열심히 살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행위 자체가 어떤 비밀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하단 것을 인식한 것이다. 

사실 무엇을 감추었는지는 알고 있다. 

정작 애써야 할 것을 위해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것에 노력하지 않는 것을 감추려고 다른 쪽으로 열심이었다. 


마땅히 추구해야 하면서도 내내 외면해온 것은 바로 '올바른 열정'이다. 

바오로 사도는 말한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로마 12,15). 

그런데 나는 그 중간에서 웃음도 울음도 없이 어정쩡하게 살고 있다. 

함께 기뻐하기 위해 기뻐하는 이들을 찾아가지 않고, 우는 이들 곁에서 함께 울지도 

않는다. 

기쁨과 눈물, 양극단을 오가는 활발한 상호작용이 없으니 영혼이 생기를 잃어간다. 

애들 키우면서 글 쓰고 집안일 하느라 매일 치열하게 사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작은 

쳇바퀴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예수님께서도 바쁜 공생활 중에서 라자로의 가족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셨는데 나는 

무엇을 핑계로 내 작은 세계에만 머물러 있나. 

사회 저변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지 않고 부조리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신앙의 숭고한 가치를 탐구하려는 마음도 없다. 

진리와 선을 위해 강한 열정을 가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냉담하지도 않으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뜨뜻미지근한 상태에 만족하며 살아갈까. 

나의 어정쩡한 상태를 감추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며 일상을 빈틈없이 메우려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빼놓고 부수적인 것에만 열심인 삶이었다. 


내가 외면해온 문제, 즉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이들과 함께 슬퍼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해본다. 

온종일 책상에 앉아있으면서도 세상의 기쁨과 슬픔에 동참하며 누구보다 활기차게 살 수 

있고, 온종일 종종거리며 바쁘게 살아도 소심한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전자의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님께서도 내가 올바른 열정을 갖길 원하시리라 믿고 그 방법을 알려주십사 청한다. 

지금껏 머물러 온 중간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커다란 진폭을 그리며 살 수 있도록. 

깊이 찬양하고 깊이 탄식하며 강력하게 기도하고 때론 좌절하도록. 



-정신후 블라시아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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