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신 예수님
작년 부활 계란에 KF94 마스크를 쓰신 예수님의 그림이 등장했습니다.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점에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마 올해도 마스크를 벗지 못한 예수님의 그림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예수님께서 마스크를 열심히 쓰셔서 감기는
절대로 안 걸리셨을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작년 2월에 인사이동이 있었습니다.
본당에 주임 신부님과 부주임 신부님이 새로이 부임하셨는데,
하필 코로나19가 발생하여 본당의 모든 일이 셧다운 되었습니다.
그래서 본당의 신부님들도 신자분들을 잘 알지 못하고,
신자분들도 신부님들을 잘 모르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얼굴도 마스크로 반쯤 가렸으니 더욱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반년 이상이 넘도록 서로를 잘 알아보지 못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잘 안다'(요한 10,14 참조)고 했는데,
도대체 알 길이 없는 현실이 된 것이지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기에 주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게 되고 그것이 서로를
위하는 방법이 되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한술 더 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성전에 나오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괜한 걱정도 생깁니다.
마스크를 쓰신 예수님을 상상하면서 우리가 그분을 점점 더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하고 말할까요?"(요한 12,27)
어쩌면 이 힘든 시기에 하느님께 올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순절도 어느덧 중반을 지나 종반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 해만 참으면 될 줄 알았는데 앞으로도 거쳐야 하는 시련이 여전히
남아있는 사순시기입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가까운 이로부터의 격려가 더욱 필요한 시기입니다.
-전세원 루도비코 신부(금곡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