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삶은?
신학대학을 세상의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면 부실학교 일수도 있다.
왜냐하면 해마다 신입생을 선발하지만 입학정원을 채운 경우는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청년들 스스로가 '사제의 길을 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
이라고 생각하여 주저하거나, '성소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극적인 마음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려는 자세를 갖춘다면
주님의 부르심을 느낄 수 있고, 그 초대에 응답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물론 사제의 길이 쉽지는 않지만, 그 부르심을 통해 인생의 의미는 물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탄생을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닌,
이방인인 동방의 박사에게 드러내시어 구원의 길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주님 공현(公顯) 대축일'이다.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영생의 길에 참여할 수 있음이
선포되는 날이기도 하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님에게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 참조).
동방 박사들이 예수님의 탄생에 맞추어 베들레헴으로 경배하러 간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구세주의 탄생이라는 것이 믿을 만한 사실인지, 그 장소가 베들레헴일지,
별빛이 정말 예수님이 탄생하신 곳으로 인도할지, 그리고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가게 될 때 직면해야 하는 어려움 즉 음식, 잠자리,
여행경비, 게다가 다른 나라에 들어가게 되면 첩자라는 누명을 쓰게 될
위험성 등이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헤로데가 왕으로 버젓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새로운 왕이 탄생'하였음을 알리는 무모한 행위가 과연 이해될 것인가?
하지만 박사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구세주의 탄생이라는 경이적인
사건을 체험하고자 초대에 용감하게 응답하여 험난한 여행의 길을 떠나게
된다.
그 결과 그들은 영원의 빛을 만나게 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지금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계시가 드러나서'(에페 3,5 참조)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초대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하며 살고 있는가?
주님의 길을 의연하게 가라는 초대, 나의 것을 나누며 형제들과 함께 살라는
초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형제와 화해하며 평화를 느끼고,
당신이 함께 있음을 느끼라는 초대 등에 어떻게 응답하며 살고 있는가?
주님의 초대가 우리에게 힘든 과업이 아닌, 진정한 빛의 길로 인도한다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희철(베드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