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착해질 때(현대시)

2012. 10. 20. 오전 10:30:37

글자
제목: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저자: 서정홍.. 출판사: 나라말  (2012)

122쪽  언제부턴지

  잠시 지나가는 봄바람도,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도, 길섶에 굴러다니는 가랑잎도,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도, 밤새 언덕 위에 내린 하얀 눈도, 세찬 밞에 끄떡없는 팽나무도, 숲에 사는 벌레들도, 농사일에 지친 작은아버지 한숨 소리도, 농가 빚에 시달려 농약을 마시고 죽은 우식이 형도, 작두에 손가락을 잘려 버린 덕수 아재도,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장가들지 못해 날마다 술에 절어 사는 순철이도, 내게 기쁨을 준 사람들가 슬픔을 준 사람들도, 내 눈에 보이는 그 무엇이든,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든 나 아닌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모두 다, 내게 영향을 끼쳤으므로. 언제부턴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미 그 속에서 밥을 먹고 똥을 누고 있었으므로.

감상) 이 시에 공감하는 이유는... 나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자연도 사람도 물질도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까지도 나 아닌 것이 없다는 깨달음은 살아가는 힘이 되고 살아가는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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