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수사님]
교회 역사 안에
겸손과 온유의 대명사로 유명한 수도자 한분이 계십니다.
도미니코회 소속 페루 출신
마르티노 데 포레스 수사(1579~1639)입니다.
이분의 별명은 ‘빗자루 수사’였습니다.
일찌감치 이용기술을 손에 익힌 그는
원래 평신도로써 도미니코회 재속회 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에 본격적으로 도미니코회에 입회한 후
정식 회원으로 서원을 하게 됩니다.
입회 후 수도자로서 그의 행적이 정말이지 눈부십니다.
수도회 안에서 한없이 지극한 겸손을
평생토록 변함없이 유지합니다.
그가 한평생 수도자로서 한 일은 주로 이발사, 외과의사,
간호사, 의류재봉사, 정원관리사, 청소부 등등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모든 일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기쁘게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수도자로서 가장 인정받기 힘든 부류의 사람들이
동료 수도자들입니다.
형제들은 앞 다투어 그를 영적지도자로 모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마르티노 수사는 언제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불쌍한 노예일 뿐입니다.”
당시 도미니코회가 재정난에 허덕이자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았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요즘 수도원 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노예이자 수도원의 재산에 불과하니
저를 팔아서 수도원 빚을 갚아주십시오.”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향한
연민과 측은지심으로 가득했던 마르티노 수사였기에
불행한 이웃들을 만나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료 수도자들로부터 핍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틈만 나면 냄새나는 행려자들을
수도원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먹이고 재워주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웃들을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마르티노 수사의 따뜻한 마음,
수도자로서의 지극한 겸손,
어린이보다 더 순수한 마음을 눈여겨보신 하느님께서는
마르티노 수사님에게 기적과 치유의 은사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는 자주 묵상 중에 공중 부양되기도 했습니다.
가방끈이 짧은 그였지만 놀라운 지식과 지혜,
식별력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불치병 환자를 낫게 했으며
난폭한 동물들까지 그에게 순종했습니다.
자비의 해를 마무리하면서
자비의 화신이었던 마르티노 수사님의 유언이
계속 제 귓전을 맴돕니다.
“수도자로서 순명도 중요하지만
자비의 실천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비심이 수도자로서 정결의 덕보다 훨씬 능가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지금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누구든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천국에서
영원히 하느님과 함께 살아갈 기회가 아직 보장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뻐해야 할 일입니까?
그런데 그 좋은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으니
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글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