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삶]
인간 세상으로 육화하신 예수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겸손하신 분이십니다.
만왕의 왕이 되실 분이셨기에
왕궁이나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고관대작이나
뼈대 있는 상류층 가문에서 탄생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마구간에서 탄생하셨습니다.
인류 전체를 구원하실 메시아시기에
당대 잘 나가던 수도권 율법학교를 다니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30년 세월 동안 유다 작은 고을 나자렛에서
평범한 목수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공생활을 시작한 이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당신의 메시아성이 세상에 드러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따랐기에
정말 왕처럼 호의호식하며 살아갈 만도 했습니다.
예수님은 한 평생 일관되게
지속적인 겸손의 상태를 유지하셨습니다.
이토록 겸손하신 예수님의 눈앞에
참으로 낯 뜨거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서로 상석에 앉으려고 눈싸움,
기 싸움을 시작한 것입니다.
제자들 앞에 무릎까지 꿇어
그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이셨기에
‘윗자리를 고르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용납하기 힘드셨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대놓고 한 말씀을 던지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제2의 예수 그리스도라고까지 불리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예수님의 겸손을 판박이처럼 빼닮았습니다.
집도, 수도원도, 아무런 재산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의 덕을 유지하려고 사제서품도 받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그는
프란치스코회를 창립한 수도회 총장이 되었지만
갓 입회한 지원자에게도 순명하고자 애를 썼습니다.
교회 공동체 지도자들이 가난하다면
그것은 너무도 좋은 표시입니다.
지속적인 겸손을 유지하기 위해
가난처럼 좋은 수단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겸손에로 초대하십니다.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겉옷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나 자신의 참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가면을 벗어버리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에서
겸손하게 가난한 이웃들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섬기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글 중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