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양들을 돌보아라 / 김여욱 프란치스코 신부님

2023. 6. 7. 오전 8: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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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론은 저희 본당 보좌 신부님이셨던 김여욱 프란치스코 신부님께서 저희 본당 첫 보좌(새 신부)로 계실 때, 부활 제7주간 금요일에 하신 미사 강론입니다. 내용이 너무 좋아 신분께 부탁드려 이메일로 받아 페이스 북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우리 교우님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김여욱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첫 마음이 주님을 뵈옵는 그날까지 이어짓기를 기도해 봅니다.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독서 : 사도행전 25.13ㄴ-21

복음 : 요한 21.15-19

김여욱 프란치스코 신부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말씀하십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하지만 그 전에 베드로에게 물어보신 것은 당신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아마도 예수님께 대한 사랑이 없다면 예수님이 맡겨주시는 양들에 대한 사랑 또한 사라지는 것이겠죠. 


 어쩌면 오늘 복음은 사제로서 살아가는 저에게, 저 뿐만이 아닌 사목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더 필요한 말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제로서 돌보아야할 신자가 있기에 ‘내 양들을 돌보아라.’라는 말씀에 왠지 더 숙연해집니다. 


 내가 과연 예수님의 양들을 잘 돌보고 있었을까? 양들은 나를 통해 하느님을 기쁘게 만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제들이 많이 하는 실수는 신자들이 내 양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맞는 말이겠지만 신자는 사제의 양이 아닌 하느님의 양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목자이시죠. 사제는 그저 옆에서 그 양들을 지키고 보호하고 돌보는 양치는 개 정도 될 겁니다.


 사제로 얼마 살진 못했지만 느끼는 것이 있다면 ‘사제생활은 사제하기 나름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나의 편함만을 추구하자면 어느 누구보다 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자들을 위해서 움직일 때, 그 누구보다 힘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놀아달라는 아이들과 뛰어 노는 것, 저녁에 불쑥 찾아와서 단체로 놀아달라고 연락하는 청년들과 만나는 것, 우리 성당을 넘어서 특수사목지에 찾아가는 일, 모두 하느님의 양들을 돌보기 위한 일이 되겠죠. 물론 육체적으로 힘이 부칠 때도 있지만 모두 내가 사랑하는 양들이기에, 만나면서 다시금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우리 주위에는 힘들어하는 사제보다 힘들고 상처받은 양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특히 사제에게 상처받고 방황하는 양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밖에서 받은 상처는 성당에서 치유한다고 해도 성당에서 받은 상처는 쉽사리 치유하기가 힘든 법이죠. 그렇기에 예수님께서 ‘내 양들을 돌보아라.’라고 하신 말씀이 더 깊게 저에게 다가오나 봅니다. 그 양들을 만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위로와 기도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제가 양들을 돌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지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사랑이 있다면,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양들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사랑이 있다면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양들도 사제를 사랑해줍니다. 


 이것은 비단 사제와 신자 간의 관계를 넘어 우리 모두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사랑이 있다면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내 이웃들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사랑이 있다면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이웃들도 나를 사랑해줍니다. 같은 양 떼로서 말이죠.


 요즘 저는 ‘잃은 양 찾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작한 것이었지만 많은 청년들이 옆에서 응원해주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상처받고 성당에 안 나오는 청년들이 그 대상입니다. 벌써 몇 명을 만났고, 함께 이야기하며 성당에서 받은 상처에 뒤늦게나마 약을 발라주고 있습니다. 얼마나 치유될지, 얼마나 회복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겠죠. 그 모든 일이 아마 ‘내 양들을 돌보아라.’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저의 응답이 될 겁니다. 


 오늘 하루를 지내시며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굳건하게 지니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양 떼로서 사랑받고 사랑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기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부족하기만 한 어린 신부가 자신이 맡은 양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21년 2월 14일 교우들에게 송별 인사를 하고 계시는 김여욱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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