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원(聖心院)에서의 한나절

2010. 1. 6. 오후 8:02:11

글자
+ 찬미 예수님
 
비가 간간이 뿌리는 아침이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아마도 은퇴하면?) 해 보리라 생각했던 자원봉사 날입니다
 
회사 출근대신 커뮤니티 서비스로 평소 근무 시간보다 일찍 마칠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지원을 하는 이도 있지요.
'구세군(Salvation Army)'과 '성심원(Sacred Heart Mission)' 에서 홈리스들에게 한 끼의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는데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겁니다.
 
구세군에 얼마전 나갔던 동료는 부정적인 견해를 전하면서
봉사를 해 줄 만한 가치가 없는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 마약을 하는 생의 의지가 없는 부랑자들로 느껴진 모양이고
 
다른 동료는 '아주 보람된 경험이더라 - 또 참가하고 싶다' 고 하니
 
내가 직접 부딪혀 느껴볼 수 밖에 없는 일이었지요.
 
미리 받은 이메일에서 그네들을 대할 때의 조심해야 할 행동/건네서는 안 될 말 등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당신도 앞으로의 인생에서 어떤 암초에 부딪혀  - 사고, 예기치 않았던 불행등으로 이런 처지가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이들을 대하라. - 절대 동정의 차원이어서는 안된다 - 이럴때 전, 서구사회(평소에 대단치 않게 여기던 호주사회)의 정신적 성숙함을 느낍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의 기본 매너  - 그 어떤 기존의 틀/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 사람 그 존재 그 자체로 대하는 것 말입니다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맞았구요
 
St Kilda에 위치한 성심원에 도착,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부엌 겸 식당으로 안내되어
에이프런을 입고 각자 맡은 소임 - 전 과일 샐러드에 들어갈 포도를 추려내는 일이었습니다.
 
몇 백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라 유급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지휘를 하고 각 단체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맡은 일을 해서 한 끼의 따뜻한 풀코스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지요
 
같이 간 젊은 여자애는 큰 국자로 몇 백개의 바나나를 으깨는 일을 맡았는데 보기만 해도 팔이 아파 보였어요.
 
테이블 세팅에는 꽃, 물컵, 빵이 기본이고
 
식사가 끝난 테이블에서 빨리 식기를 받아다 부엌쪽으로 나르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포크와 나이프를 닦아서 준비하는 일
 
설거지된 많은 양의 냄비, 오븐그릇을 저희는 마른 행주로 닦고
마지막 바닥청소까지 하고  나니...
 
 
한 끼의 음식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만한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그 곳에 온 사람들은 깔끔하고 양복을 입은 사람도 있고
 
인텔리전트하게 보이는 노신사도 있었고
 
딸아이를 데리고 온 실직해 보이는 젊은 아빠
 
이 사회에 그 어떤 이유로 편입되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 살고 있는 사람들
 
진주 목걸이까지 하고 곱게 화장하고 온 서너명의 친구같은 할머니들
 
다 사연이 있겠지요
 
커피에 디저트까지 먹고 그들은 떠났습니다
 
그런데 왜 내 가슴 한켠이 저린걸까요
 
아아 인생은....
 
성심원을 나서니 화창한 오후였습니다
 
알리앙스 프랑세즈 건물이 보이고
 
바다가 가까운 St Kilda Sacred Heart Mission 에서 보낸 한나절이었습니다
 
 
 

댓글 12

  • 2010년 1월 6일 오후 8:58

    : 맘 저린경험(?) 귀한 경험일거여요.언니..한국서 행려자들에게 밥을 나눠 드리던 생각이 문득나네여..참 뭐라고 말할수 없는, 인내하는 경험이었더랬습니다. 봉사하는이들에게 한번쯤은 권하고 싶습니다.

  • 2010년 1월 6일 오후 9:13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같이 할 수 있는 세월에 감사한 마음이면 족한 그런 시간..누님의 봉사에 잔잔한 행복을 느낍니다..

  • 2010년 1월 6일 오후 9:37

    누군가를 위해 내 자신을 나눌 수 있는 봉사의 시간은 필요한 삶의 한 부분이 아닐까합니다. 봉사로 한 해를 시작한 언니의 이 한 해가 충만한 사랑으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 2010년 1월 6일 오후 11:05

    언니,참 보람된시간이었겠어요. 한국에는 성심원이란 곳이 고아아이들이 있는곳인데...순간 이름이같아서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한다는 것은 나의 삶을 볼수 있어서 좋은것 같아요.

  • 2010년 1월 6일 오후 11:10

    좋은 시간을 가졌구먼..좋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봉사라는 일..훌륭한 친구야..ㅎㅎ

  • 2010년 1월 7일 오전 5:15

    수고 많으셨습니다.

  • 2010년 1월 7일 오후 12:50

    참 의미있고 감사한 시간을 가지셨군요. 부러버라...

  • 2010년 1월 7일 오후 3:45

    사랑 과 감사의 시간을 느끼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0년 1월 7일 오후 8:52

    아니 조용히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저의 느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Sacred Heart Mission을 어찌 번역해야 할지 몰라 성심원으로 했는데, 율리아나 말대로 좀 고아원 분위기가 나네요. 봉사하셨던 이야기들 다들 좀 나누게 올려주세요

  • 2010년 1월 7일 오후 8:56

    영애 로사리아의 경험부터 들어볼까요?

  • 2010년 1월 10일 오전 9:36

    안들어온 사이에 ...Yep!!언제든지 티타임에 얘기로 들려 드리지용~ ㅎㅎ

  • 2010년 1월 11일 오후 6:35

    반항하는 젊은 세대들이여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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